대구 서문시장 내 생선가게에 ‘돔배기’가 진열돼 있다. ⓒ천지일보 2019.2.18
대구 서문시장 내 생선가게에 ‘돔배기’가 진열돼 있다. ⓒ천지일보 2019.2.18

 

대구·경북서 즐겨먹는 토막 낸 상어고기

담백한 육질 특유의 고소‧감칠맛이 일품

비린내와 가시가 없고 부드럽고 쫄깃해

저지방 고단백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인기

[천지일보 대구=송해인 기자] 경북 3대 시장인 영천시장에는 ‘영천돔배기’가 자리 잡고 있다. 돔배기는 상어고기를 ‘돔박돔박’ 토막 내 네모나게 썰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표준어는 ‘돔바리’다. 찌거나 구운 돔배기는 특유의 감칠맛과 고소함으로 인기를 끈다.

영천돔배기는 영천을 중심으로 대구·경북 내륙지방의 명절 차례상이나 제사상에 반드시 올라가는 대표 음식이다. 돔배기가 준비되면 제사음식이 거의 끝났다고 할 정도다.

돔배기를 제사상에 올리는 방법은 산적과 탕국이다. 산적은 적당한 크기로 토막 내 꼬지에 끼워 프라이팬에서 굽거나 찜통에 찐다. 이외 남은 돔배기나 돔배기 껍질을 잘게 썰어 소고기·무·두부 등을 넣고 끓여 ‘탕국’이 되면 산적과 함께 필수 의례 음식으로 제사상에 올려진다. 경북도내에서도 영천과 경산을 비롯해 안동·의성·예천·군위 등은 돔배기를 차례상이나 제사상에 절대로 빼놓지 않고 사용하는 지역이다.

19일 대구 서문시장에 제사 음식을 준비하러 온 김영애(가명, 65, 여, 수성구)씨는 “생전에 시어른이 돔배기를 좋아하셔서 제사상과 차례상에도 사용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다른 시민은 “경상도 지방에는 돔배기를 안 쓰면 제사음식이 부족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꼭 돔배기를 사용해야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40년 동안 서문시장에서 생선가게를 하는 상인은 “옛날에는 백상어를 사용했지만 금지령으로 인해 이제는 귀상어 등으로 사용한다”며 “경상도 사람이라면 대부분 돔배기는 제사상에 쓴다”고 했다.

대구 서문시장 내 진열된 ‘돔배기’. ⓒ천지일보 2019.2.18
대구 서문시장 내 진열된 ‘돔배기’. ⓒ천지일보 2019.2.18

◆저지방 고단백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인기

돔배기는 생선 비린내와 가시가 없고,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과 단백질 비중이 높고 지방 비중이 작다. 육질이 담백하고 부드러워 특유의 감칠맛과 고소한 맛을 자랑한다. 또한 간과 폐를 강화해주고 단백질 함량이 높고 지방이 적어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인기가 많다. 내륙지방인 영천이 바다 생선인 상어고기로 만든 돔배기 주산지로 자리잡게 된 것은 교통수단과 보관방법이 마땅찮아 염장해 보관하면서 기원의 시작이 됐다.

영천돔배기는 전통 상어고기 갈무리법과 간 맞추기 비법으로 감칠맛 나며 독특하게 한다. 영천 전통시장 상인들이 60여년을 돔배기를 만지고 그 맛의 비법을 대를 이어 전수함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그래서 경상도 사람들은 영천돔배기를 으뜸으로 쳐준다. 이에 전국 소비량의 50%인 500톤 정도가 영천에서 거래되고 있다.

영천시장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는 돔배기는 머리 모양이 T자 모양으로 뭉툭한 귀상어다. 그다음은 청상아리(모노), 준다리, 악질 등이다. 이것들을 직사각형으로 ‘돔박돔박’ 네모지게 썰어 소금 간을 한다. 귀상어는 살의 색이 검붉고 어두우며 가운데 짙은 색을 띤 것이 특징이다. 청상아리는 색이 밝으며 붉은빛을 띠고 있다.

돔배기는 숙성 기간을 고려해 5일 전에 미리 구입하는 것이 좋다. 구입한 돔배기는 씻지 않고 그대로 냉장실에서 여름엔 2∼3일, 겨울엔 5∼6일을 숙성시킨 후 물에 씻어 물기를 살짝 말린다.

상어고기가 언제부터 제수 음식으로 자리 잡았는지 정확한 유래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1980년대 경산시 인당동과 조영동 고분군에서 사어 뼈가 발견되면서 최소 삼국시대 때부터 제사에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영천과 경산지역의 특산품으로 자리 잡은 돔배기의 맛은 천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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