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국가비상사태 선포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국가비상사태 선포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포한 국가비상사태를 놓고 미국 내 논란이 거세다.

백악관과 공화당은 불가피하다며 지지하지만 민주당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고문은 17일(현지시간) 폭스뉴스 방송과 인터뷰를 갖고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지킬 것”이라며 “의회가 불복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자금 확보를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국가비상사태에선 현직 대통령이 의회 승인을 거치지 않고 예산을 재배정할 수 있게 된다.

밀러 고문은 “다음 세출 주기가 끝날 때까지 아마 수백 마일의 장벽을 보게 될 것”이라며 “국경장벽 상당 부분이 내년 대선 직전인 2020년 9월까지 건설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회계연도는 10월 1일 시작해 이듬해 9월 30일 끝난다.

공화당 측에서도 친 트럼프 인사로 알려진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CBS와의 인터뷰에서 “의회가 과거 대통령에게 주던 것을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주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 해야 하고 나는 그 길로 가는 그의 결정을 지지한다”고 지원사격했다.

반면 민주당은 비상사태에 제동을 걸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재난구호에 배정된 예산을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에 전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난기금 보호법(Protecting Disaster Relief Funds Act)’을 공동 발의했다.

미국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국토안보부, 주택도시개발부, 육군 공병대 등에 할당된 구호예산이 이번 법안 발의의 대상이다. 이번 법안 발의에는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카말라 해리스(캘리포니아), 키어스틴 질리브랜드(뉴욕)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버몬트, 무소속) 상원의원 등 2020년 대선 주자로 꼽히는 진보진영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CNN에 인터뷰를 통해 위헌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필요가 없었다. 이보다 더 좋지 못한 사례를 상상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권력이 지나치게 강화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의회가 ‘지갑(purse) 권력’을 넘겨준다면 행정부와 의회 사이에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소속 하비어 베세라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은 비상사태 선포로 인해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여러 주가 피해를 볼 것이라고 내다보며 “분명히 즉시 소송을 낼 것”이라고 관측했다.

베세라 검찰총장은 국경장벽 예산으로 전용될 것으로 알려진 군사 프로젝트, 재난지원 등 예산을 언급하며 “다른 용도의 예산을 잃게 되는 위험을 캘리포니아와 다른 주들이 감수해야 해 소송 당사자로서 법적 지위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려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비판한 NBC방송을 비난했다. 전날 방송된 NBC의 코미디 프로그램 SNL에선 배우 알렉 볼드윈이 트럼프 대통령 분장을 하고 나와 국가비상사태 선포 기자회견 모습을 풍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만 공격하는 내용이 어떻게 징계도 받지 않고 처리되는가”라고 반문하며 “매우 불공평하고 조사를 받아야 한다. 이게 진짜 공모(Collusion)”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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