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현대그룹과 현대기아차그룹 간에 치열한 인수전을 벌이게 한 서울시 종로구 계동에 있는 현대건설 모습. (연합뉴스)

인수전 요약 일지… 경쟁 부채질한 현대그룹 광고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경기 회복과 함께 올 상반기부터 시작된 인수합병(M&A) 바람은 하반기에도 이어졌다. 그 가운데 가장 치열한 격전이라고 불리며 하반기 M&A 시장을 뜨겁게 달군 이슈는 단연 현대건설 인수전.

지난 9월 25일 현대건설 매각 공고가 나면서 시작된 54일간의 치열한 인수전의 승자는 결국 현대그룹이 차지했다.

현대건설의 위기는 2000년 10월 30일 현대건설이 1차 부도를 맞으면서 시작됐다. 바로 다음 달 20일, 현대건설은 1조 2974억 원의 자구책을 발표하면서 위기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결국 2001년 8월 현대그룹 계열에서 분리되는 운명을 맞이해야 했다.

그로부터 약 5년 후 2006년 5월 25일에 채권단 현대건설 공동 관리가 종료됐고, 약 4년 후 올해 6월 29일 채권단은 현대건설 매각 작업을 다시 시작했다.

매각 작업이 시작되면서 2010년 8월 11일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에 참여하겠다는 공식발표를 하고 인수를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그리고 한 달여가 흐른 9월 27일 현대자동차가 이 인수전에 공식 합류 선언을 했고 이날 자금력을 보장하는 현대차의 참여로 현대건설 주가는 7만 원을 훌쩍 넘겼다. 그 여파는 10월 27일 최고 8만 100원을 기록할 때까지 지속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 현대그룹은 ‘광고’로 불이 붙은 인수전에 기름을 부었다.

▲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매각 공고를 앞두고 지난 9월 21일부터 방영하기 시작한 TV 광고. (연합뉴스)

현대그룹은 현대 자동차를 자극하는 문구가 사용된 광고를 내보냈다. 이 때문에 M&A가 더 치열해졌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10년간 현대건설을 인수할 여력이나 계획이 없다 등의 말을 했던 사람은 누구입니까?’ ‘비상장 기업과 합병하지 않겠습니다. 시세 차익을 노리지 않겠습니다. 경영권 승계의 도구로 쓰지 않겠습니다’ 등의 문구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런 광고 공격에 대해 침묵을 일관했다. 오히려 현대건설 퇴직자 모임 ‘현대건우회’가 ‘현대건설 매각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광고를 게재하면서 현대자동차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시끄러운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11월 15일 두 기업 모두 본 입찰 참여의향서를 접수했고, 16일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그룹이 결정되면서 일단락됐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매각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다음날 현대건설의 주가는 최저가(5만 6100원)를 찍었고 막대한 자금 인수협상금으로 제시한 현대그룹의 주가도 함께 하락했다.
증권 관계자는 “현대차보다 자금상황이 좋지 않은 현대그룹이 선택되면서 불안한 심리에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하락 요인을 분석했다.

현대자동차보다 약 4000억 높은 5조 5000억에 우선협상자가 된 현대그룹을 보고 일각에서는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우려에 대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18일 금강산 관광 12주년 기념 참배 후 견해를 밝혔다.

현 회장은 “앞으로 10년간 현대건설에 20조 원을 투자하고 대한민국 대표 기업으로 만들겠다”며 비전을 발표하고 “현대건설 인수로 현대그룹 재무건전성이 악화하는 일은 없게 하겠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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