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장동서 발견, 동서 석축 길이만 43m

(서울=연합뉴스) 천년왕국 신라를 건국한 주축 세력은 과연 삼국사기, 삼국유사 기록처럼 고조선 유민일까? 아니면 그 이전 이곳에 터잡은 현지 세력일까?
신라가 건국하기 몇 백 년 전인 청동기시대 후기 경주에 만만찮은 세력을 갖춘 집단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초대형 구획묘(區劃墓)가 발굴됐다.

구획묘는 시신을 매장한 무덤 주변을 따라 (타)원형, 혹은 (장)방형 석축 단을 쌓아올려 묘역(墓域. 무덤 구획)을 조성한 고분을 말하며, 최근 들어 한반도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청동시기시대 중ㆍ후기 고인돌묘 같은 데서 더러 발견된다.

매장문화재 전문조사기관인 계림문화재연구원(원장 최영기)은 경북 경주시 석장동 876-5번지 다가구주택 신축 예정지 664㎡를 조사한 결과 묘역 내부에 석관묘(石棺墓) 1곳과 화장묘로 추정되는 수혈유구(竪穴遺構. 구덩이 흔적) 1곳이 있는 청동기시대 구획묘를 찾아냈다고 18일 밝혔다.

조사 결과 이 구획묘는 시신을 직접 매장한 석관묘를 다짐흙(盛土) 상부에 만들었으며, 그 주변을 둘러 방형 석축 단을 쌓은 것으로 추정됐다.

석축 단은 조사 대상 지역 밖으로 연장되는 바람에 전모를 확인하지 못했지만, 양끝이 드러난 동-서 방향 석축단만 해도 길이가 43m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구획 규모는 현재까지 발견된 청동기시대 구획묘 중 규모가 가장 큰 창원시 덕천리 창원 동읍 덕천리 1호 고인돌묘에 버금간다.

덕천리 고인돌묘는 경남대박물관이 1992-93년 발굴조사를 벌인 결과 석축 구획이 남북 56.2m, 동서 17.5m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나아가 석장동 구획묘 내부 중심에서 서쪽으로 치우친 지점에서는 석관묘가 발견됐다. 묘광(무덤 구덩이) 평면 형태가 원형인 이 석관묘 안에서는 'ㅍ'자형 석관이 확인됐다.

이와 함께 석관묘에서 서쪽으로 약 2.2m 떨어진 지점에서는 극심한 파괴로 원형을 알기는 어렵지만 평면 방형으로 추정되는 수혈유구가 발견됐다. 잔존 규모는 동서 2.16m, 남북 1.75m로 드러났다.

이 수혈유구 깊이 10㎝ 안팎 지점에서는 목탄(나무숯)이 동-서 방향으로 나란히 놓여 있었고 그 상면에서는 인골 조각들이 발견됐다.

조사단은 "이 수혈유구에서는 가지런하게 나무를 깔고 주검을 그 위에 놓아 불을 피운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이로 본다면 이곳은 화장묘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주에서는 처음으로 청동기시대 초대형 구획묘가 확인되고, 더구나 화장묘 흔적까지 발견됨에 따라 최근 개최된 지도위원회에서는 현장을 보존하고 이를 포함해 주변지역까지 지자체가 땅을 매입해 구획묘 전체 규모 확인을 위한 발굴조사를 실시한 다음 이 일대를 유적공원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서를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회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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