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명소] ‘세계 최초 고래 도시’ 울산 장생포로 옛 정취(情趣) 찾아 떠나보자
[지역명소] ‘세계 최초 고래 도시’ 울산 장생포로 옛 정취(情趣) 찾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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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울산=김가현 기자] 고래해체장에서 해부장의 지시로 고래를 해체하는 모습. ⓒ천지일보 2019.2.8
[천지일보 울산=김가현 기자] 고래해체장에서 해부장의 지시로 고래를 해체하는 모습. ⓒ천지일보 2019.2.8

국내 유일 고래 문화 특구 지역
고래잡이 어장, 천혜 조건 갖춰
장생포 옛 마을, 복고풍 ‘인기’
넘치는 富 누린 국제포경항
영화 ‘인디아나 존스’ 실체 체류

“오늘도 장생포 고래 문화마을을 찾아주신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 드리면서 ‘미래다방’ DJ 인사드립니다. 고래잡이 전성 시절, 장생포의 정취와 정감을 마음껏 느껴보세요. 동구 방어동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듣고 싶다고 신청하셨네요. 방탄소년단이 전합니다. ‘불타오르네~’ .”

DJ가 틀어놓은 방탄소년단의 노래 첫 소절 ‘파이어~’가 힘차게 울리자 포경업이 활황(活況)하던 시절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만 같다.

울산시 남구 장생포 ‘고래 문화마을(옛 마을)’은 포경산업이 절정에 달했던 60~70년대 장생포 마을을 재현해 놓았다. 울산만 서쪽 해안가에 있는 장생포(長生浦)는 수심이 깊고 배가 드나들기에 편하다. 예로부터 동해 고래잡이의 좋은 어장으로 우리나라 최대 포경항이었다.

장생포는 지난 1899년 러시아 태평양 포경회사가 태평양 일대에서 잡은 고래를 해체하는 장소로 선정, 고래 해체 기지가 생기면서 한국의 대표 포경기지로 부상했다. 미국·영국·러시아 등 다양한 외국인이 드나들던 국제적인 포경항으로 성장해 부와 명성을 거머쥐었다. 장생포 옛 마을 입구에는 지폐를 물고 있는 강아지 조형물이 있다. 강아지도 지폐를 물고 다닐 정도로 돈이 넘쳐났던 장생포의 호황기를 상징한다. 유신정권 시절 엄중했던 단발령도 이곳에선 돈으로 해결 가능하다는 소문이 돌았다니 가히 ‘부의 도시’였음을 짐작할만하다.

울산 장생포 고래 역사는 선사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에 있는 국보 제285호 반구대암각화에는 고래를 작살로 사냥하는 모습 58점이 그려져 있어 전문가들은 울산이 이미 세계 최초의 고래 도시였다고 보고 있다.

[천지일보 울산=김가현 기자] 장생포 고래마을은 포경산업이 절정에 달했던 60~70년대 장생포 마을을 재현해 놓았다. 복고풍 트렌드로 ‘인기’몰이 중이다. ⓒ천지일보 2019.2.8
[천지일보 울산=김가현 기자] 장생포 고래마을은 포경산업이 절정에 달했던 60~70년대 장생포 마을을 재현해 놓았다. 복고풍 트렌드로 ‘인기’몰이 중이다. ⓒ천지일보 2019.2.8

◆추억의 달고나 등 복고풍 ‘인기’

장생포 옛 마을에는 이용원과 사진관, 연탄·구멍가게, 추억의 달고나, 전통놀이 체험장 등 24개의 시설물을 갖추고 있다. 장생포 철공소 옆 옛날 교복·한복대여점은 복고열풍 흐름에 맞게 인기가 높다.

반장·선도 등의 노란 완장과 각 잡힌 교모, 가방까지 고루 갖춰 입은 가족, 친구, 커플들이 호기심과 설렘 가득한 눈으로 이 골목 저 골목을 누비며 인증사진을 남기기에 여념이 없다. 추억의 이발소에도 교복을 입은 관광객이 의자에 앉아 거울을 보며 맵시를 살리기에 한창이다. 휴대폰이 없던 시절, 소통의 핫플레이스였던 음악다방에서는 신나는 K팝에 관광객들이 어깨를 들썩이며 흥을 즐긴다.

한쪽에선 연탄·구멍가게에서 추억의 달고나를 만들고 있다. 하얀 설탕을 국자에 담아 연탄불에 올리면 금세 달고나가 완성된다. 예전만큼 많이 부풀어 오르진 않지만, 노랗게 색이 나오면 바로 뒤집어 고래 모양 틀을 찍어준다.

체험 이외에도 옛 마을에는 고래 해체장, 고래기름을 짜는 착유장, 고래 고기를 삶아내던 고래막집, 고래잡이배 선장·포수의 집, 해부원의 집 등도 꾸며져 있다. 미래다방 음악박스는 토·일요일과 공휴일 오후 2~4시까지 운영하며 해설사 안내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시간별로 진행된다.

[천지일보 울산=김가현 기자] 장생포 옛 마을에는 이용원과 사진관, 연탄·구멍가게, 추억의 달고나, 전통놀이 체험장 등 24개의 시설물을 갖추고 있다. 고래 고기를 삶아내던 고래막집이 있다. ⓒ천지일보 2019.2.8
[천지일보 울산=김가현 기자] 장생포 옛 마을에는 이용원과 사진관, 연탄·구멍가게, 추억의 달고나, 전통놀이 체험장 등 24개의 시설물을 갖추고 있다. 고래 고기를 삶아내던 고래막집이 있다. ⓒ천지일보 2019.2.8

◆가수 윤수일과 야구 투수 윤학길

마을 중앙에는 원조 꽃미남 가수 윤수일과 프로야구선수 윤학길이 다녔다는 장생포 초등학교가 있다. 1961년생인 윤학길 투수는 장생포초 5학년 때부터 야구를 시작해 1986~1990년 중반까지 롯데자이언츠 에이스 투수로 맹활약, 현재 한화이글스 총괄 코치로 활동 중이다. 그의 아버지는 포경선 선주였고, 윤학길은 현역시절 ‘어려서부터 고래 고기를 즐겨 먹은 탓에 강골이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장생포에 야구가 들어온 배경은 1904년 러·일 전쟁 후 한반도의 최대 포경기지였던 장생포를 일본이 점령하면서 자연스럽게 일본인들이 즐기던 야구가 장생포에서도 이어졌다고 본다.

장생포가 낳은 가수 윤수일(1955년생)도 있다. 그의 모친은 6.25 전쟁 때 파견된 미국 공군 장교와 결혼했다. 임신 당시 고국소환 된 아버지가 훈련 도중 사망하자 윤수일은 힘든 유년 시절을 보내야 했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서울에서 신중현 밴드 활동을 하다 1977년 ‘사랑만은 않겠어요’로 데뷔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윤수일은 고향 장생포 죽도섬이 난개발로 쓰레기 섬이 된 것을 보고 안타까워 ‘환상의 섬’이라는 노래를 작곡했다.

1995년에는 추석을 앞두고 ‘고래대축제’라는 이름으로 동네 축제가 열렸는데 윤수일이 무료로 공연을 했다. 그가 매년 마다 참석했던 이 행사는 장생포에서 2000년 울산고래축제로 불리면서 문화축제의 원조가 됐다. 지금도 매년 5월말이면 울산고래대축제가 장생포에서 열린다.

[천지일보 울산=김가현 기자] 고래마을에서는 고래잡이 역사의 산증인 추소식(79) 해설사를 만날 수 있다. 추소식 선장이 고래잡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8
[천지일보 울산=김가현 기자] 고래마을에서는 고래잡이 역사의 산증인 추소식(79) 해설사를 만날 수 있다. 추소식 선장이 고래잡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8

◆고래잡이 추소식·고고학자 앤드류스

포수의 집에서는 고래잡이 역사의 산증인 추소식(79) 해설사를 만날 수 있다. 포경선 선장이자 포수인 그는 1959년 포경선 선원 생활을 시작해 1970년부터 상업포경이 전면 금지된 1986년까지 활약했다. 그는 포수 생활 15년간 약 450마리의 고래를 잡았다. 추씨는 “고래를 맹추격하다 중국 군함을 맞닥뜨린 때가 있었는데 지금도 생각하면 아찔하다”며 모험담을 꺼냈다.

이어 “이상하게 고래가 도망갈 때는 중국 산둥반도 쪽으로만 갔다. 그날도 고래를 발견하고 40~50분간 추격해 10~20분만 더 추격하면 사정거리 안에 들어오는 찰나에 산만한 중국 군함이 우리 배로 접근했다”며 “군함이 접근하면 간담이 서늘하지만, 포기할 순 없었다. 목숨 걸고 전력 질주해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온 고래를 포를 쏘아 명중시키고 즉시 뱃머리를 한국으로 돌려 부리나케 귀항했던 적도 있다”고 했다. 추씨는 1981년 6월 경북 감포 해상 약 50㎞ 지점에서 크기 18m의 참고래를 포획했다. 포획 당시 직접 찍은 (단 하나뿐인) 사진은 포수의 집에 전시돼 있다.

장생포 마을 안쪽에는 ‘앤드류스 집’이 있다. 간과할 수 있는 이곳은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실제 주인공이자 미국의 탐험가·고고학자인 ‘로이 채프먼 앤드루스’가 살던 곳이다. 그는 1912년 고래를 찾아 울산 장생포를 방문해 1년간 한국의 귀신고래를 연구했다. 1910년대 한국 포경은 귀신고래와 참고래 등 대형고래가 한 해 100마리 이상 잡혀 활발한 고래연구가 가능했다. 그의 집에서는 앤드류 박사와 울산 고래 탐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1974년 울산 장생포항. 포획한 고래가 인양돼 있다. (제공: 추소식 선장) ⓒ천지일보 2019.2.8
1974년 울산 장생포항. 포획한 고래가 인양돼 있다. (제공: 추소식 선장) ⓒ천지일보 2019.2.8

한편 일제강점기 때 과도한 포획으로 고래 개체 수가 급감하자 1960년대 이후에는 밍크고래를 주로 잡았다. 무차별 포경으로 고래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자 1985년 국제포경위원회(IWC)는 국제적으로 상업포경을 금지한다. 이에 장생포도 쇠락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그러나 울산시가 지난 2005년 고래박물관을 개관하고 본격적인 고래 문화 특구 개발에 나서 고래생태체험관, 고래바다여행선, 고래 문화마을, 5D 입체영상관, 모노레일 등 고래 테마 관광인프라를 구성해 현재 연간 80만명이 장생포를 방문하며 활기를 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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