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춘성 천도교 종학대학원 원장은 천도교 입교 후 가장 크게 변화된 점은 "사람을 좋아하고 소중하게 여기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도교 종학대학원은 명실상부한 천도교 최고의 교육기관이다. 지난 6월 종학대학원 원장에 취임한 김춘성 원장은 서울과 부산을 넘나들며 눈코 뜰새 없이 분초를 아끼며 뛰고 있다.

김 원장은 종학대학원 강의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전문교수를 영입하고 교육과정 및 교과과목을 수정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또 부산에 있는 예술대학의 교수로서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김 원장을 만나 그가 말하는 천도교, 종학대학원의 비전, 그리고 철학을 들어봤다.

◆ 어머니의 영향으로 천도교 입교
김 원장의 외가는 천도교 집안이다. 천도교인인 외할아버지와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자연스럽게 천도교인이 됐다.
초등학교 시절 어머니를 기쁘게 해 드리겠다는 생각으로 천도교 입교식을 할 정도로 김 원장의 효심은 깊었다. 그렇게 천도교인이 된 김 원장에게 변화가 일어났다. 그 중 가장 중요한 변화는 사람을 좋아하고 소중하게 여기게 된 것이다. 병약했던 김 원장은 천도교에 입교하기 전에는 소심하고 예민해 사람들을 만나고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공상이나 사색, 책을 좋아했는데 입교 후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한울님 모시고 있다
김 원장에게 천도교의 어떤 가르침이 가장 마음에 다가오는지를 물었다. 그는 “사람은 누구나 한울님을 모시고 있다는 ‘시천주(侍天主)’ 사상입니다. 이 ‘시천주’로부터 사람 섬기기를 한울같이 하라는 ‘사인여천(事人如天)’은 물론 사람이 바로 한울이라는 ‘인내천(人乃天)’ 사상과 천지만물이 다 시천주 아님이 없으니 사람은 물론 물건(자연)까지도 공경하라는 최시형 선생의 ‘삼경사상’도 나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천도교 제2세 교조였던 최시형 선생의 일화를 꺼내며 천도교 사상에 관한 대화를 이어갔다. “최시형 선생은 당시 가장 천대받던 며느리를 한울님으로 높이며 ‘어린 아이도 한울님을 모셨으니 아이를 때리는 것은 한울님을 때리는 것’이라며 일절 아이를 때리지 못하게 했습니다. 천도교가 세계 최초의 어린이헌장을 선포하고 어린이운동을 전개한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방정환 선생께서 천도교인이라는 사실이 매우 자랑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라며 ‘시천주’의 가르침은 인권·평화운동은 물론 환경·생명운동 등의 실천운동에 있어서 무한한 영감을 줄 것이라고 거침없이 말을 이어갔다.

 

▲ 김춘성 종학대학원 원장. ⓒ천지일보(뉴스천지)
◆ 종학대학원 설립 목표 ‘교역자 양성’
천도교 종학대학원은 천도교의 교역자 양성을 목표로 설립됐다. 대학원에서는 경전은 물론 교리·교사·수련 등을 기본으로 가르친다. 이 외에도 현대사회에서 필요한 건전한 상식과 원만한 인격 양성을 위해 필요한 교양과목도 가르친다.
김 원장은 “종학교육을 혁신함으로써 젊은이들의 관심과 참여를 높이고,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전문가에 의한 교육을 실시하며, 천도교의 수련을 통해 영성이 풍부한 인재를 양성하고자 한다”고 종학대학원 비전을 제시했다.

 

◆ 인간적 모습과 감동 통해 포덕
김 원장은 포덕(전도)에 많은 성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비결에 대해 김 원장은 ‘신뢰’라고 말했다.

“저는 철학을 전공한 학자이지만 한편으로는 철저한 구도자요, 수행자입니다. 그래서 제 주변 사람들에게 비친 저의 모습은 천도교인이라는 종교인의 모습이 먼저 보이는가 봅니다. 그래서 자신의 문제들을 의논하거나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그럴 때면 제가 읽은 책이나 지식보다는 제 삶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즉, 제가 직접 경험하고 있고 느끼고 있는 그대로 솔직하고 진솔하게 말해줍니다. 제 삶을 송두리째 드러내는 파격적인 방식으로 대안을 제시하기도 하고 또 역부족일 때는 같이 울고 웃고 하다 보면 귀결점이 자연스럽게 천도교가 됩니다. 왜냐하면 천도교는 제 삶의 원동력일 뿐만 아니라 제 모든 지혜의 원천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해서 천도교에 입교한 제자나 후배가 제법 많습니다. 그러고 보면 천도교 교리나 교사를 통해서 포덕을 한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모습과 감동을 통해 포덕을 한 셈입니다. 물론 상담을 하다 보면 천도교의 수련·경전·교리·교사가 몽땅 동원되기 때문에 저는 어쩔 수 없는 천도교인이고 이 모든 것이 저를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천도교, 세대교체·전문화 필요하다”
김 원장은 천도교 발전에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못한 점과 전문가가 없다는 것을 꼽았다.

김 원장은 “현대사회에서는 무엇보다도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유연성과 창의성이 요구됩니다. 그러기 위해 젊은이들의 참신한 감각과 감수성이 필요한데 천도교는 너무 고령화됐습니다. 또 현대사회는 모든 일에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는데 천도교에는 전문가가 없습니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개인의 신앙생활은 유지할 수 있지만 포덕을 하거나 신앙 지도를 하려면 전문가가 필요하며 이에 따른 다양한 프로그램도 개발돼야 하는데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입니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천도교 발전을 위해 해야 할 일과 관련해 김 원장은 세대교체와 인재양성 그리고 사회적 실천운동을 통한 사회참여를 강조했다.

김 원장은 “천도교의 사회참여나 종교활동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에서 교단내 행사만으로는 사람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을 수 없다”며 “평범한 사람들이 지극한 성인에 이르는 길로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는 간편한 수련법인 ‘수심정기 수련법’을 널리 보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김춘성 종학대학원 원장. ⓒ천지일보(뉴스천지)
◆ 타 종교와 상생, 종교지도자 덕목
오늘날 종교계나 사회 더 나아가 국가적인 차원에서 천도교의 역할을 묻자 김 원장은 “천도교는 그동안의 역사가 고스란히 말하듯 단순히 개인의 신앙이나 행복만을 추구하는 종교가 아니라 보국안민·광제창생이라는 국가와 사회 나아가 범인류적 문제의식을 갖고 노력해 온 종교”라면서 “지금 비록 교세가 침체돼 단독으로 전개하기 어렵다면 타 종교나 뜻을 같이 하는 단체와 연대해 함께 추진할 수도 있습니다. 과거 3.1 운동 때처럼 우리 민족의 통일운동에 있어서는 천도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라고 답했다.

 

다종교 사회인 우리나라에서 타 종교와 상생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김 원장은 “각각 종교적 우월감이나 배타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서로를 존중해 주고 자기의 역할을 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류 공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생명운동과 평화운동에 종교계가 앞장서기 위해서는 함께 고민하고 지혜를 모으는 만남과 공동실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끝으로 김 원장에게 종교지도자로서의 덕목을 물어봤다. 김 원장은 무엇보다 높은 영성과 도덕성이 요구된다고 대답했다.

“사람은 물론 뭇 생명을 사랑하고 차별하지 않는 마음과 불의 앞에서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는 지도자, 그래서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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