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주머니 속의 꽃’에서 나오는 형 리아(가운데)과 동생 리옴(오른쪽) (사진제공: 서울아트시네마)

아이들 “우리에게 관심을 주세요”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형 리아와 동생 리옴은 소위 말하는 왕따다. 동급생과 선생님, 그 어느 누구도 형제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다. 그들에게 리아와 리옴은 공부를 못하는 학습부진아일 뿐이다. 이들에게 홀아비인 수이가 있지만 아버지는 ‘일벌레’로 같은 집에서 살지만 얼굴보기가 힘들다.

아버지는 마네킹을 만드는 데 몰두하느라 아이들을 방목한다. 그저 내일 아침에 먹을 음식을 사서 식탁에 올려두는 일밖에 하지 않는다.

영화는 편부모 가정을 소재로 ‘가족애’를 은은하게 강조한다. 물 흐르듯 진행되면 지루할 법도 하지만 소소한 그들의 장난에 웃음이 난다.

어디를 가더라도 엄마의 빈자리는 크다. 형제는 늘 꼬지지한 모습으로 다니며, 날달걀에 밥을 비빈 후 물을 부어먹는 등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학교에서 돌아와 숙제를 하고 공부하면 좋으련만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 집에 들어오기 싫을 터. 둘은 동네 이곳저곳을 누비며 나이 어린 친구에게 아이스크림을 가게에서 훔치라고 꼬드기는 장면은 악동의 모습을 그대로 보이고 있다.

형제에게 관심을 보이는 어른은 없다. 학교 선생님들조차 이들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리아네 담임선생님조차 학교 정문에서 쭈그려 앉아 있는 형제에게 인사도 하지 않은 채 지나칠까.

하지만 무슬림 소녀와 강아지의 등장으로 영화 흐름이 ‘무관심’에서 ‘관심’으로 바뀐다.

눈 밖에 난 이들에게 처음으로 관심을 보이는 이가 있다. 소년처럼 머리카락이 짧은 말레이 한 소녀가 그들에게 먼저 손을 내민 것이다. 이 소녀 역시 홀어머니 밑에서 외할머니와 함께 사는 씩씩한 꼬마 숙녀다. 형제와 다른 점이 있다면 정돈된 집안과 어느 누구와도 잘 지내는 사교성 정도다.

쾌활한 소녀의 등장은 형제들이 주변인과 관계를 맺는 첫 단추라고 볼 수 있다. 이제 둘만의 울타리 속에 외부 인물이 들어온 셈이다. 이는 형제가 사회로 나아올 수 있는 기회다.

게다가 형제는 우연히 주운 강아지에게 관심을 보인다. 여느 집 아이들과 같이 강아지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다. 무미건조하게 살았던 형제들은 이제 기쁨과 즐거움, 슬픔과 아픔 등 감정을 하나씩 배운다.

여기서 강아지는 부자 간 정을 확인할 수 있는 매개체다. 새끼를 위해 희생하는 가시고기 마냥 아버지는 아이를 챙긴다. 비록 자신의 발이 유리 파편에 찔려 피가 흐를지라도 말이다.

셍 탓 리우 감독의 2007년 작품인 <주머니 속의 꽃>은 영화는 지극히 일상적인 우리네 이야기를 담았다. 감독은 “아이들은 항상 ‘관심’의 대상”이라고 말한다. 점점 늘어가는 편부모 가정에서 자라나는 아이들뿐 아니라 맞벌이로 어쩔 수 없이 혼자 지내는 아이들 이야기다. 마치 ‘우리 아이들에게 관심과 사랑을’이라는 표어처럼 영화는 현대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부분을 콕 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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