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G20 정상회의에 참가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1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美·中 환율 분쟁 속 경상수지 목표제 타협… 유럽 반발
미국 파워 위축, 추진 의제 합의 도출 실패

[천지일보=김두나 기자] 제5차 서울 G20 정상회의 이후 그간 환율 분쟁으로 힘겨루기에 나선 미국과 중국의 향방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게 나타났다.

블룸버그 통신 등 일부 외신들은 예시적인 가이드라인의 구체적 수치 설정에 실패했다며 서울 정상회의가 글로벌 불균형을 해소하는 결정적인 방안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시각은 자국 입장에 따른 차이로 풀이된다.

미국의 경우 경상수지 목표제 도입과 관련해 구체적인 수치(±4%)를 언급한 만큼 다른 정상들의 합의를 얻어야 하는 입장이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지난 경주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합의한 환율 관련 정책공조에 관한 3대 원칙에서도 ‘경쟁적 평가절하(devaluation) 자제’라는 문구 대신 ‘저평가절하 자제’로 바꾸자고 제안했지만 논의 과정에서 미국의 주장은 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중국처럼 통화가치가 저평가된 국가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같이 미국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목표들이 확정되지 않은 것은 그만큼 미국의 힘이 위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금융시장팀장은 “과거에는 미국이 의제를 설정하면 다 관철되는 방식이었지만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유럽과 중국 등의 반발로 주요 의제가 통과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이는 미국의 파워가 그만큼 위축된 것이며 이에 반해 중국과 신흥국의 목소리는 더 커진 격이다. 사실 경상수지 목표제는 미국 측에서 이미 중국과 합의한 부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중국의 이강 인민은행 부총재가 중국이 향후 3~5년간 경상수지 흑자를 GDP의 4% 이내로 축소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중국 내에도 경상수지 목표제에 대한 전향적인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 이에 대한 방증이다.

이는 유럽이 미국의 주장에 반발한 이유이기도 하다. 환율 분쟁으로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던 미국이 글로벌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해법으로 경상수지 목표제를 대안으로 세우는 과정에서 유럽이 아닌 중국을 조율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장보형 팀장은 “중국은 글로벌 불균형 해소를 위한 미국의 제안 자체를 반대하지 않았다”며 “내부적으로도 경상수지 적자를 끌고 가는 것보다는 성장 동력 차원에서 내수부양을 강조하고 점진적인 위안화 절상을 중심으로 균형적인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제안을 거절할 수도 있었지만 국제 사회에서 반발이 크다보니 중국은 사실상 미국에 양다리를 걸치고 저울질을 하면서 챙길 건 챙긴 모양새다. 중국 언론들이 내부적으로 서울 G20 정상회의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신흥국 역시 이번 회의를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선진국과 동등한 수준의 대우를 받았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쿼터 개혁으로 신흥국의 발언권은 확대됐고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개발도상국 지원 등의 의제는 그간 선진국에 치우쳤던 의제 대신 신흥국의 문제를 국제 무대에서 논할 수 있는 동등한 자격이 주어진 것을 의미한다.

한편 한국이 의장국으로서 성공한 점이 있다면 환율 문제를 G20 국제 공조와 연결시켜 글로벌 불균형 쪽으로 관심을 끌어오고 시의절적하게 대응한 점이라는 분석이다.

장보형 팀장은 “정부가 내걸었던 금융안전망 구축 등이 환율 문제로 언론의 시각에서 가려진 건 사실이지만 환율 문제를 G20 간의 공멸을 면하자는 데 논의를 모은 것은 긍정적이었다”며 “한국이 어느 정도 해당 개최국으로서 환율 갈등을 완화시키는 데 한몫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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