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시의 상대동 풍물 단이 설 맞이 지신밟기 행사를 통해 복을 빌고 있다. (제공: 진주시) ⓒ천지일보 2019.2.1
경남 진주시의 상대동 풍물 단이 설 맞이 지신밟기 행사를 통해 복을 빌고 있다. (제공: 진주시) ⓒ천지일보 2019.2.1

‘설빔’ 새 옷 입고 감사 공경 表
‘설날’ 새날 시작하는 날 의미
 전국 다채로운 세시풍속 행사
 연하장, 토정비결 보기 등 다양

[천지일보=김태현·김가현·원민음·최혜인·김미정 기자] 민족의 대명절인 설날이 다가왔다. 설날에는 예로부터 이어온 풍습이 있다. 본지는 설 연휴를 맞아 전국 각지의 우리 고유의 세시풍속과 민속놀이에 대해 알아봤다. 세시풍속은 원시 농경 사회로부터 사람이 관습적으로 생활 행위를 반복해 온 표준적인 행동 양식이며 세사(歲事), 월령(月令), 시령(時令) 등이라고도 한다. 

◆새해 새출발 각오 담긴 ‘설빔’

묵은 것을 떨쳐버리고 새롭게 한 해를 시작한다는 의미인 설날에는 새 옷을 입고 웃어른께 감사와 공경의 표시로 세배를 드린다. 세배를 위해 입는 옷을 ‘설빔’이라고 한다. ‘설빔’은 명절이나 잔치 때 새 옷으로 치장하는 것을 뜻하는 ‘비음’이란 말과 설립(立)자가 합쳐져 만들어진 ‘설비음(歲庇陰)’이란 말이 줄어든 것이다. ‘설’이라는 말도 ‘삼가다’ ‘사린다’ 등의 의미를 담고 있어 세시(歲時), 세수(歲首), 정초(正初), 원일(元日) 등으로 불리며 조심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마냥 설레고 기쁜 설날보다는 한 해를 시작하는 의미에서 조심스럽게 한 발 내디뎌야 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이에 선조들은 설날에는 몸을 깨끗이 하고 설빔을 차려입고 집안의 어른들과 이웃, 형제끼리도 서로 감사와 공경의 표시로 세배를 했다. 또 조상에게는 새 마음을 먹고 차례를 지내며 복을 빌었다. 세배를 드리면 빠지지 않는 것이 세뱃돈이다. 세뱃돈은 세배를 드리면 덕담과 함께 답례로 돈을 내어주던 풍습이다. 선조들은 곶감이나 약과, 과일 등 간식거리로 세뱃돈을 대신하기도 했다.

설날에 떡국을 먹는 풍습은 태양숭배신앙에서 연유된 것으로 본다. 설날은 새해의 첫날이므로 밝음의 표시로 흰색의 떡을 사용하고, 떡국떡을 둥근 모양으로 자른 것도 태양의 둥근 모양을 본뜬 것이라고 한다. 

◆야광귀 막기, 쥐불놀이로 풍년 기원

경북 김천시는 월별로 세시풍속을 나눠 진행하는데 1월에는 한해 농사가 잘되길 기원하는 정월로서 풍년과 악한 기운을 물리치는 의식을 반영한다. 그믐달 야광귀 막기나 점치기, 짚으로 사람 혀앙을 만드는 제웅과 쥐불놀이 등 의례가 다양하다. 2월에는 액을 막아주는 가신 섬김 의례가 많다. 

경남 진주시에는 지신밟기가 있다. 지신밟기는 농신을 즐겁게 하고 재액을 몰아내며 풍농을 비는 종교 의례에서 출발했다. 섣달 그믐날 궁중에서 한 해 동안의 복을 빌고 잡귀를 쫓아내는 새해 행사로서 나례 의식을 하던 것처럼 민간에서도 집마다 돌아다니며 잡귀를 쫓아내던 놀이다. 풍물패가 집집을 돌며 지신을 밟으면 터주가 흡족해 악귀를 물리쳐 주인에게 복을 가져다주고, 가족의 수명과 건강을 지켜 주며, 풍년이 들게 해준다고 한다. 집안 곳곳은 물론 길에 있는 모든 부정한 귀신을 쫓는 의식의 일종이다. 

지신밟기에 사용되는 도구는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 적혀 있는 농기와 설치, 종쇠, 징, 장구, 북, 매구 등이다. 포수가 등장하는 곳에서는 목총과 꿩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당산에서 시작해 마을 공동 우물에서 지신을 밟은 다음 각 가정을 돌면서 그 집의 지신들을 위로하는 이른바 돌림 굿을 했다. 집 안에서 지신을 밟는 곳은 성주와 부엌, 장독대 등이다. 마을 노인들로 구성된 풍물패들이 가계를 돌면서 지신을 밟기도 하고, 마을 입구 특정한 곳에서 출발해 마을을 한 바퀴 돈 후 마을 회관에서 지신을 밟는 예도 있다.

한편 설날을 맞아 다양한 문화행사와 민속놀이도 진행한다. 

경북 김천시가 김천시민운동장 주차장에서 달맞이 달집태우기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제공: 김천시) ⓒ천지일보 2019.2.1
경북 김천시가 김천시민운동장 주차장에서 달맞이 달집태우기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제공: 김천시) ⓒ천지일보 2019.2.1

◆지역별 설맞이 민속놀이도 풍성

양산시립박물관은 설을 맞아 우리 세시풍속에 대한 이해와 전통놀이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설맞이 전통놀이 한마당 행사’를 진행한다. 새해 소원 적기, 한해의 액운을 물리치는 문배도 색칠하기, 입춘첩과 복주머니 나누기 등이 열린다. 박물관 강당과 야외광장에서는 제사상 차려보기, 승경도, 윷놀이, 버나 돌리기 등의 민속놀이 체험행사도 진행한다. 

울산시도 울산대공원과 태화강 지방 정원 십리대숲 입구 오산광장에서 민속놀이 체험마당을 연다. 널뛰기, 윷놀이, 굴렁쇠, 팽이치기, 제기차기, 투호, 고리 던지기 등 민속놀이 기구 7종 360점의 다양한 민속놀이로 구성했다. 시립 문수 궁도장에서는 설 당일에 우리나라 전통 활을 직접 만져보고 활시위를 당겨보는 무료 궁도체험을 할 수 있다. 

부산시도 설맞이 민속 한마당을 진행한다. 부산 시민공원, 송상현광장, 어린이대공원에서 윷놀이, 투호 놀이, 제기차기 등을 진행하며 국립부산국악원에서는 설 절기 공연 ‘새해 첫날’을 공연한다. 새날의 소망을 담아 축원하는 창작무용 ‘진 진쇠’ ‘삼도설장구가락’ ‘진주 교방굿거리춤’ 등 다채롭고 신명 나는 민속 음악과 무용도 관람객을 기다린다. 

전남농업박물관에서도 설 연휴 동안 12종의 민속놀이 체험코너를 마련해 설 명절 고향을 찾은 귀성객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 기회를 제공한다. 널뛰기, 승경도놀이, 줄다리기, 고리 걸기 등 다양한 민속놀이와 전통의상 입어보기, 한지에 새해 소망 글로 적어 달집에 달아보기 등 다양한 체험 거리를 운영한다. 

국립전주박물관도 점차 사라져가는 세시풍속을 보존·계승하기 위해 풍성한 세시풍속 행사를 개최한다. 설 연휴 기간 중 오는 2월 2일부터 3일까지 돼지의 해를 기념하는 의미로 돼지띠 관람객 50명에게 선착순으로 선물을 증정한다. 한복을 입은 가족 단위 관람객 50가족에게도 선착순으로 기념품을 제공한다. 또 연하장 만들기, 놀이풍속 달력 만들기, 민화 복주머니 만들기, 전통 꽃 팔찌 만들기 등 체험행사를 마련했다. 입춘첩·가훈 좌우명 등 서예가들이 직접 써주는 ‘새해 다짐하기’와 ‘떡메치기’ ‘떡국 나누기’ 등 설 명절 푸짐한 행사를 준비했다. 

특히 올해는 신년을 맞이해 토정비결을 볼 수 있는 ‘새해 운세 보기 체험’도 마련해, 한 해의 운수를 점쳐볼 수 있다. 장수문화 예술촌의 장인들과 함께 연과 복조리를 만드는 ‘민속 공예품 만들기’ 한지로 탁본하고 천연 염색을 할 수 있는 ‘전통 공예품 만들기’ 등 다양한 전통의 멋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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