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대전이다’ ‘세계 대공황이다’ 등 지구촌의 큰 재앙과 사건을 겪을 때마다 세계는 그 해결책을 위한 공동의 노력의 필요성을 느끼며, 국제연맹 또는 국제연합(UN) 등 각종 세계기구를 창설해와 오늘에 이르고 있다. 역기능 또한 없진 않았지만 인류공동 번영을 위한 노력을 꽤 해온 게 사실이다.

그런 가운데서 현 시점에 와서도 역시 경쟁적 경제성장이 낳은 무책임하고 무분별한 자연 파괴, 그로 인한 급속한 천연재해, 기후변화, 금융위기 등으로 각국의 파산 경고 등 또 하나의 새로운 경제 및 세계질서가 시급히 요구되는 현실에 직면했다.

역사적·세계사적 위기 때마다 국제공조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껴왔던 것처럼 즉, 1차세계대전 후 ‘국제연맹’의 창설, 그 한계로 다시 2차대전 후 1946년 오늘의 국제연합(UN)으로 이어져왔던 것처럼, 오늘날에 와서도 경제를 바탕으로 한 ‘G7 정상회의’를 가졌지만 그 한계를 실감한 세계는 비로소 신흥국을 포함 ‘20개국의 새로운 경제 GROUP’을 열망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렇게 결성된 ‘G20 정상회의’의 성격은 지금까지의 국제기구와는 다른 점이 있다. 즉, 국제법적 구속력에 의한 기구가 아닌 인류공동의 번영을 위한 자발적 참여라는 데 그 의의가 크며, 현실적으로 필요로 하는 사안들을 각국의 수뇌부가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면서도 자발적으로 그 해결책을 찾아가는 그야말로 이 시대에 꼭 필요한 기구요 논의의 장이 됐던 것이다.

그 결과로 ‘서울 액션플랜’이라는 합의를 이뤄내면서 국제공조 협력체제, IMF 개혁, 금융규제 개혁, 글로벌 금융안전망 등 기타 의제를 도출해내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때 생각해 볼 것은 세계평화질서를 위해 존재해온 UN에 비해, 금번 개최된 ‘G20 정상회의’의 규모는 세계 인구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거대한 세계의 질서를 이끌어갈 조직이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 그렇다면 향후 기존 UN과의 상호 보완 내지 그 역할의 중복으로 인한 문제점도 예측하고 대비해 나가야 할 사안이다.

어찌됐던 금번 세계 인구 85% 이상을 차지하는 각국의 정상들과 세계경제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세계경제 총수들의 서밋의 장을 연출해 가는 이번 서울회의는 그 시작의 배경부터 세계사적 흐름에 괄목할 만한 의미가 부여되며 인류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물론 여기에는 세계경제 위기 속에서도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타결한 대한민국의 개방정책 실천 능력을 세계가 인정한 것도 하나의 요인이 됐다.

법적 구속력 없는 공동의 인식하에 그야말로 시대에 걸맞은 자발적 참여를 원칙으로 하는 회의가 바로 오늘의 한국, 미래의 한국 수도 서울에서 개최된 것은 그야말로 길이 남을 대이변인 것이다. 새로운 세계질서의 선언이며 출발이 바로 이 작지만 큰 나라 대한민국의 한복판이라는 점이다.

이번 회의에 참여한 정상, CEO, 외신기자들은 굴욕과 애환의 역사 끝에 신문명을 자의가 아닌 외압에 의해 받아들인 지 불과 반세기 만에 일궈낸 기적을 충분히 느끼고 돌아가게 될 것이다.

또 한편으론 아이러니하게도 기적의 나라 대한민국은 아직도 이데올로기의 한계에 직면해 있으며, ‘휴전선’이라는 동족과 이념적 대치의 상징으로 남아 있는 마지막 보루이며, 또 이 민족의 아픈 현실을 눈으로 목도하면서, 분단이란 안타까움과 눈부신 성장이라는 감동이 교차하는 역사의 현장을 몸소 경험하고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세계에 많은 의문을 줬고, 또 한편으론 개발도상국들에겐 희망이요 미래 그 자체였다. 이제 G20 정상회의 기간, 공동의 관심사항으로 논의된 어젠다를 성숙시키고 매듭지어 글로벌 불균형을 지혜롭게 시정해 나가야 하며, 또 한편으론 한국이 세계에 주문하고 제안한 어젠다를 다루고 이뤄나가야 하는 문제를 슬기롭고 지혜롭게 해결해 나가는 문제만 숙제로 남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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