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론 - 권영하
과학시간에 아이들과 휴대용 전등 만들기를 했다
두 개의 건전지를 다른 극끼리 마주 붙였다
갈라졌던 나라도 그렇듯, 급하게 잘못 연결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아이들에게 설명해 주었다
잘 연결되지 않을까 모두 걱정이 되어
청테이프로 몇 번을 칭칭 동여매었다
이어 양 끝에 색깔이 다른 전선을 각각 붙였다
붉고 푸른색 옷을 입고 있었을 뿐
전선의 속은 모두 노란색 구리였다
아이들은 두 전선 속이 다른 줄로 알고 있지만
스위치를 만들고 전선을 각각 소켓다리에 연결했다
좀 더 밝으라고 전구 주위에 은박지를 바르고
마무리로 소켓에 전구를 끼우고 스위치를 켰다
서로 다른 양극과 음극이 모여 싱싱한 빛이 만들어졌다
수업이 끝날 때 아이들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전등은 정전이 되었거나 밤길을 다닐 때도 필요하지만
너희들의 앞길을 밝혀 줄 것이라고
▷ 경북 영주 출생
▷ 2019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
▷ 2012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당선
▷ 2012년 한국교육신문 교단수기 당선
▷ 시집 ‘알몸으로 자기보기’ (1996, 고글)
▷ 시집 ‘알몸으로 자기보기 2’ (2002, 영운기획)
▷ 현재 점촌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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