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안현준 기자] 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법원장으로서 검찰 조사를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19.1.13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법원장으로서 검찰 조사를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19.1.13

전직 대법원장 첫 구속 여부

검찰 출신 명 부장판사 손에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사법농단’의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오는 2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후배 법관 앞에 선다. 헌정사 첫 ‘전직 대법원장 구속’이 이뤄질 지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이를 판가름할 법관의 이력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양 전 대법원장의 영장실질심사가 오는 23일 오전 10시 30분 명재권(52, 사법연수원 27기)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다”고 21일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에는 명 부장판사를 포함해 박범석(46, 26기)·이언학(52, 27기)·허경호(45, 27기)·임민성(48, 28기) 부장판사 등 총 5명의 영장전담 판사가 있다. 이들 중 이번 주 구속영장 업무를 담당할 2명이 명 부장판사와 허 부장판사다.

전산배당으로는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62, 12기) 전 대법관 사건이 둘 다 명 부장판사에게 배당됐다. 하지만 판사 1명이 심리하기엔 검토해야할 양이 많다는 의견에 내부 논의를 통해 박 전 대법관 사건은 허 부장판사가 맡게 됐다.

양 전 대법원장의 25년 후배인 명 부장판사는 검찰에서 법조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2009년 판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주로 일선 법원에서 재판 업무를 맡아왔다. 이 때문에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인사들과 연결고리가 적은 편이라는 시각이 많다.

명 부장판사는 지난해 8월 기존 영장전담 재판부의 업무량에 대한 질적·양적 증가를 위해 영장전담 재판부에 새로 보임했다. 명 부장판사는 영장심사 업무를 맡은 지 얼마 뒤인 9월 양 전 대법원장의 차량과 박병대·고영한·차한성 전 대법관의 주거지·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다. 이는 사법농단 수사과정에서 핵심 연루 인사에게 발부된 첫 영장이었다.

다만 양 전 대법원장 주거지에 대해 ‘주거 안정의 가치가 중요하다’는 사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10월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저는 여태까지 주거 평온과 안정을 이유로 압색 영장을 기각한 사례는 한 번도 듣도 보도 못했다”며 “그런데 유독 사법농단 사건 관련해서 (주거 평온이) 새롭게 등장한 개념”이라며 “그 칼을 영장판사들이 (새롭게) 만들어 낸 것”이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사상 첫 전직 대법관 구속 여부를 판단한 것도 명 부장판사였다. 당시 고 전 대법관의 구속심사를 맡았던 명 부장판사는 “일부 범죄의 공모 여부에 대한 소명 정도 등에 비춰 구속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영장을 기각했다.

현재 양 전 대법원장은 주거지가 일정해 도주 우려가 인정될 가능성은 별로 적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명 부장판사의 그전 판단들을 봤을 때도 이 부분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다만 혐의를 지속적으로 부인해온 만큼 말맞추기 등을 통해 증거를 인멸할 수도 있다는 우려는 인정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 여부는 23일 오후 늦게 또는 다음 날 새벽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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