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 제갈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림 재심 사건 재판에서 제주 4.3 생존수형인들이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받은 후 환한 표정으로 법정을 나서고 있다. (출처: 뉴시스)
17일 오후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 제갈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림 재심 사건 재판에서 제주 4.3 생존수형인들이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받은 후 환한 표정으로 법정을 나서고 있다. (출처: 뉴시스)

법원 “공소 자체가 무효”

군사재판 불법인정 첫 사례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타지로 끌려가 억울한 옥살이를 살아야 했던 제주 4.3 생존 수형인 18명이 70년 만에 사실상 무죄를 인정받았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부장판사)는 17일 임창의(99, 여)씨 등 제주 4.3 생존 수형인 18명이 청구한 ‘불법 군사재판 재심’ 선고공판에서 청구인에 대해 공소기각을 판결했다.

공소기각이란 형사소송에서 법원이 소송 절차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을 때, 실체적 심리를 하지 않고 소송을 마무리하는 것을 말한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에 대한 군법회의는 법률이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들이 일관되게 ‘어떤 범죄로 재판을 받았는지 모른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당시 제주도에 소개령이 내려진 시기 등 제반사정을 종합할 때 단기간에 그 많은 사람들을 군법회의에 넘겨 예심조사나 기소장 전달 등 절차가 제대로 이뤄졌다고 추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볼 때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는 절차를 위반해 무효일 때 해당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는 4.3 당시 공소 제기(기소)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해 무효일 때(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법원이 공소기각 판결을 내린 것이다. 곧 4.3 사건 당시 이뤄진 군사재판이 별다른 근거 없이 불법적으로 이뤄져 재판 자체가 ‘무효’라고 결정한 셈이다.

해당 판결로 재심을 청구한 생존 수형인들은 사실상 무죄를 인정받았다. 이번 재판부의 결정은 제주 4.3 당시 계엄령 아래 이뤄진 군사재판이 불법이고, 이로 인해 감옥에 갇힌 수형인들이 무죄임을 인정한 최초의 사법적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청구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제주 4.3 사건은 1947년 3.1절 발포사건을 발단으로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통행금지령이 해제될 때까지 7년 7개월 동안 제주에서 일어난 무력충돌과 군경의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양민들이 희생된 사건이다.

이 기간 제주도민이 1만 4000명에서 최대 3만명까지 희생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 가운데서도 4.3 수형인은 당시 불법 군사재판 때문에 영문도 모르고 서대문형무소와 대구·전주·인천 형무소 등 전국 각지로 끌려가 수감된 이들을 뜻한다.

당시 상황을 기록한 수형인명부에는 2530명의 명단이 올라 있다. 이들 중 많은 수가 행방불명되거나 고문 후유증으로 숨졌다.

임씨 등 18명은 1948~1949년 내란죄 등 누명을 쓰고 징역 1년에서 많게는 2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이밖에도 10여명의 수형인 생존자가 더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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