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강 김덕수

을사늑약으로 국권을 침탈당하여 우리 민족 고유의 얼과 문화가 철저하게 유린된 36년간의 암흑기 그리고 광복 후 어쩌다 보니 우리의 참다운 얼과 혼을 회복하지 못하고 어느덧 두 세대가 흘러가 버렸습니다.

일례로 우리네 시간도 되찾지 못하고 동경시를 쓰고 있답니다. 친일파가 단죄받지 못하고 오히려 그네들이 득세하여 세상을 농단(壟斷,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여 이익이나 권력을 독점하는 것)하고 또 그 친일파의 후손들이 어느 때부터인가 친미파로 겉옷만 갈아입고 이 나라를 좌지우지하고 있습니다.

왜곡된 우리네 삶이 한 세기를 훌쩍 넘다 보니 근본을 망각하고 풍속은 한없이 저속으로 흐르고 정치는 유사 이래 가장 말단의 정치로 타락했습니다.

쓰라린 역사에서 교훈을 얻고 치욕의 역사를 반성하기는커녕 이명박 대통령 정권에서는 우리의 역사교육을 스스로 포기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고야 말았습니다. 올바른 가치관과 역사관의 정립이 얼마다 중요한지를 여실히 보여 주는 대목입니다. 겉으로는 나라를 위하고 애국한다고 입으로만 떠들어댑니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이완용 이하 을사오적보다 심한 매국노들이 온통 판치는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미국에 유학을 가면 거의가 미국식 문화와 체제에 경도되어 나라와 민족의 이익보다는 미국의 국익을 먼저 대변합니다. 그러면서 그것이 애국이라고 호들갑을 떱니다.

저네들은 미국이 영원히 초강대국으로 있어야 우리나라가 그 보호막 아래서 생존을 보장받는다고 눈에 불을 켜고 우겨댑니다. 전시 작전권을 돌려주겠다는데도 자진해서 반납하고 그 속국으로 남기를 원합니다. 참으로 자라나는 세대와 후세대에게 어떻게 설명해 주어야 할까요?

이 친미사대주의자들 중 미국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하고 오신 분들은 더 가관입니다. 아직도 한국 사람들은 서양인들에 비하여 단백질 섭취량이 턱없이 부족하니 고기를 더 많이 수입하여 육식을 더욱 장려해야 한다고 열을 올립니다.

우리 민족은 이 땅에서 누대로 가난하게 살아서 고기를 충분히 먹어보지 못했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적은 고기로 여러 사람들이 나눠 먹으려고 하다 보니 국을 끓여 먹는 문화가 발달했다고 합니다. 정말 우리네 삶이 고기를 배부르게 먹지 못할 만큼 가난했나요? 아닙니다.

이제는 현 시점에서 우리의 삶을 냉철히 반성해 볼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완용의 집안 조카뻘 되는 이병도라는 사람의 식민사관으로 비롯된 전도 되고 뒤틀린 우리의 역사를 이제는 되찾아 놓아야 합니다. 왜곡된 역사관에서 파생되고 무분별한 사대 숭배에서 비롯되어 잘못 형성된 가치관으로 인해 우리의 의식주는 심각하게 오염되고 왜곡 변형되어 기형적인 발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지면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직시하고 올바른 식습관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모색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오곡을 주식으로 하며 살아왔습니다.

오곡은 쌀 보리 콩 수수 기장(조)인데 보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겨울은 참으로 혹독했습니다. 그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온돌이라는 독특한 난방문화가 생겼고 오곡 위주의 식사로 속을 훈훈하게 데우고도 보리와 마늘 등을 상용하며 보완해 그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는 지혜를 발휘했습니다. 보리ㆍ밀 싹은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얼어 죽는 일이 없습니다. 오히려 추울수록 새파랗게 더욱 생생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우리네 어머니들은 꽁꽁 얼어붙은 냇가에 가서 그 두껍게 얼어버린 얼음을 깨고 맨손으로 빨래를 했습니다. 지금이야 고무장갑이라도 있지만 그때는 온전히 맨손으로 해냈으니 지금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우리 민족은 양의 체질이기에 따뜻한 성질의 곡식을 주로 먹어 속을 따뜻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식생활 개선이라는 미명 아래 미국산 저질 밀가루로 만든 빵이 우리의 밥상을 점령하고 서양식 음식문화에 경도되어 식단도 종속화되었습니다. 밀가루는 냉한 물건이라 우리 민족이 상식하면 속을 냉하게 하여 심각한 문제를 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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