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나주=이영지 기자] 지난 27일 전남 나주시 3917마중에서 격동의 구한말 나주근대사를 재조명하는 인문학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29
[천지일보 나주=이영지 기자] 지난 27일 전남 나주시 3917마중에서 격동의 구한말 나주근대사를 재조명하는 인문학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29

겸산유고 “無羅州 無湖南 無湖南 則擧國將震盪”소개

“나주가 없으면 호남이 없고, 호남이 없으면 국가가 흔들린다”

나주돈차 향기 마시며 듣는 ‘격동의 나주근대사’… ‘새로워’

[천지일보 나주=이영지 기자] 전남 나주에서 격동의 구한말 나주 근대사를 재조명하는 인문학콘서트가 지난 27일 한․일·양식 근대건물 3917마중 목서원에서 열려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義인가 忠인가’나주의 동학과 한말 항일의병’을 주제로 열린 이번 인문학콘서트는 문화체육관광부 한옥체험프로그램으로 3917마중 목서원이 주최했다.

‘이계표가 묻고 홍영기가 답하다’는 좌담 형식으로 진행된 인문학콘서트에는 이계표 전남도문화재위원, 홍영기 순천대교수(사학과), 송일준 광주MBC사장, 김평호 나주향교전교, 박경중 나주시도시재생협회장, 이영기 한옥마을협의회장, 나천수 박사(한문고전번역학, 겸산유고 역주 논문), 남우진 3917마중대표, 이웅범 전 더불어민주당 사회복지특별부위원장, 김종덕 소담다례문화원장과 시민 50여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계표 전남도문화재위원은 18세기 중엽 이중환의 ‘택리지’를 들며 “나주는 지정학적으로 북서쪽엔 금성산이 막고 있고 남동쪽으로는 영산강이 둘러있어 자연 지세가 천혜의 요새”라고 소개했다.

그는 또 “1894년 동학농민전쟁을 겪은 나주 겸산 이병수의 ‘겸산유고’에서 ‘무나주 무호남 무호남 칙거국장진탕(無羅州 無湖南 無湖南 則擧國將震盪)’이란 기록이 있는데 이는 나주가 없으면 호남이 없고 호남이 없으면 국가가 크게 흔들린다는 뜻”이라면서 나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조선초·중기 상황을 잘 알려주고 있는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전라도의 거읍으로 전주· 남원·나주 세 곳을 들고 있다”며 “1895년 조선 8도를 23부로 지방 제도 개편 시에 나주관찰부로 삼았을 뿐 아니라, 1896년 남북도제를 시행할 때도 나주에 전남관찰부를 두고 있어 행정적인 격이 지역의 여타도시와 비교되지 않는 품격 높은 도시였다”고 평했다.

특히 “1894년 동학 농민전쟁 시기에 전라도 53개 군현 가운데 나주성만이 동학군이 점령하지 못했다”며 “전라도의 수부 전주성을 점령하는 등 곳곳에서 연전연승하던 동학군이 나주 서성문 전투를 비롯해 나주 전역에서는 연전연패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어떻게 나주의 수성군이 기세 당당한 동학군에게 나주읍성을 지켜냈는지 ▲성 밖 여러 곳 전투에서도 동학군을 진압했는지 등에 대한 이계표 문화재위원의 물음에는 전라도 동학과 항일의병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알려진 홍영기 순천대교수가 지도 및 사료 등을 들어 쉽고 상세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홍영기 교수는 “나주 수성군의 승전으로 군공을 세운 사람들은 나라에서 포상을 받게 됐는데 이들의 명부가 ‘갑오군공록’”이라며 “나주에서 큰 공을 세운 사람들은 이방과 호장을 거친 수성군 도통장 정석진이 으뜸이다. 그는 그 공로로 해남군수로 임명되기도 했다. 또 함께 참여한 목사 민종렬과 여러 향리들도 여기에 수록돼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에 따르면 “김홍집 내각의 집권과 갑오경장의 실시로 개화파가 득세하게 됐다. 나주도 예외일 수 없었다”며 “개화파 관료 참서관 안종수가 부임해서 업무조정과 과감한 단발령을 시행하자 나주 사회가 요동쳤다. 행정실무를 맡았던 향리들 가운데 일부는 관찰부의 주사가 되기도 했지만 그렇지 못한 향리들은 갑자기 해고를 면치 못했고 기득권을 박탈당하게 돼 불만이 높았다”면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홍 교수는 나주 항일의병 배경에 대해 “급기야 이들은 친일 관료 안종수를 처단하고 항일의병의 기치를 들게 됐다. 전라도 최초의 항일의병이 나주에서 시작된 것이다”며 “노사 기정진의 손자 송사 기우만이 이끄는 장성의병이 나주에 와서 나주의병과 나란히 임한 의병장 김천일의 사우옛터에서 고하고 금성산 산신을 모시는 금성단서 제사를 모시는 등 나주의 전통을 되살리면서 시대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병운동을 조직적으로 해갔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근대의 격변기에 시대적 요청에 망설임 없이 의기를 펼치고 일어섰던 나주인들의 당시 활동과 난파유고와 정석진, 나주근대사에 있어서 향리들의 의미와 역할 등에 약 한 시간 동안 흥미롭게 풀어나갔다.

이날 인문학콘서트에 참석한 시민들은 ‘정석진의 손자가 어머니를 위해 지은 집에서 역사전문가로부터 나주역사를 들으니 의미가 남다른 것 같고 자부심이 살아난다’ ‘이런 인문학콘서트는 처음인데 딱딱하거나 어렵지 않아 좋았다. 앞으로 나주 곳곳에서 이런 인문학 붐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이날 콘서트에는 80년 만에 부활한 나주 발효 돈차 시음도 함께 진행됐다. 나주는 불교를 전한 마라난타가 불회사에 차나무를 심었다는 설이 있고 다도면 등 오래전부터 돈차로 명성이 높았던 곳이다.

[천지일보 나주=이영지 기자] 지난 27일 전남 나주시 3917마중에서 격동의 구한말 나주근대사를 재조명하는 인문학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29
[천지일보 나주=이영지 기자] 지난 27일 전남 나주시 3917마중에서 격동의 구한말 나주근대사를 재조명하는 인문학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29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