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연, 29일 문중 여인들 초청 ‘고전적 보존관리 워크샵’ 개최
사대부 여인들, 대대로 전해진 문헌 지키려 몸소 희생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선조대대로 내려오는 고문헌을 지키고자 바깥출입마저 자제해야만 했던 사대부 여인네들 삶을 조명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된다.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 원장 김정배) 장서각에서는 29일 ‘고문헌의 보존과 여성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문중 여성들을 초청, ‘고전적 보존관리 워크샵’을 개최한다고 27일 밝혔다.

사대부 여성들은 수백 년 동안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문서를 보존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했다. 이렇게 전해 내려온 기록은 남겨진 정신문화의 실체와 자산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집안의 안주인인 종부를 비롯, 종녀·차종부와 같은 여성들이 고문헌 보존을 위해 기울인 역할과 공로는 주목받지 못했다.

한중연에 따르면 문중의 한 종부는 대대로 지켜온 고문헌이 장서각에 맡겨질 즈음 고문헌을 잃어버리지 않고 잘 보관해야 한다는 부담을 털어낸 동시에 그동안 애지중지 지켜온 것이 품에서 멀어지는 데서 오는 서운한 마음에 “이제야 겨우 외출할 수 있겠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한중연은 “종부들의 노력으로 민간의 고문헌 수집은 왕가와 사대부가 중심으로 진행해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방향에서 분석과 연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세계 유일본인 중국 원나라 법전 ‘지정조격(至正條格)’이 우리나라 한 문중에서 발견되자 몽골 대통령이 한중연 장서각에 직접 방문하는 등 비상한 관심을 보인 바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세계화 시대의 문화교류 활성화에도 고문헌의 수집이 중요한 매체로 등장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번 워크샵에서는 ‘사례를 통해 본 고문헌 보존관리’ ‘문중소장 고문헌의 보전과 여성의 역할’ ‘미래의 장서각, 그리고 고문서 관리’를 주제로 강연을 연다. 아울러 문중의 안주인인 종부와 차종부, 종녀가 여성들의 삶에서 직접 결었던 살아있는 체험들을 자유로운 형식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발표자는 반남 박씨 서계 박세당 선생 종부인 김인수 씨, 무안 박씨 무의공 박의장 선생 종녀 박후영 씨, 경주 손씨 계천군 손소 선생 종부인 조원길 씨, 해남 윤씨 고산 윤선도 선생 차종부인 한경란 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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