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중국 간쑤(甘肅)성에 있는 34년 역사의 아랍어 학교가 폐교 위기에 놓였다. 중국 정부의 ‘종교의 중국화’ 정책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중국 간쑤성 핑량(平凉) 시 당국이 해당 아랍어 학교가 적법한 운영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오는 17일까지 폐교하라는 통보를 했다고 보도했다.

이 학교는 중국 간쑤성 핑량(平凉) 시에 핑량 아랍어 학교로 약 200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다. 1984년 설립된 후 저소득층 이슬람교도 학생들을 위해 아랍어 교육을 무료로 제공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학교의 교사 20여명은 폐교를 막기 위해 1000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지난주 교육 당국에 청원서를 보낸 상태다.

한 아랍어 교사는 “우리 학생들은 모두 매우 가난한 가정 출신으로 학교에서 아랍어를 배워 중동 무역상을 위한 통역 등으로 취업한다”며 “학교가 문을 닫으면 이들은 거리로 나앉게 된다”고 밝혔다.

중국의 이슬람교도는 약 22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 미만을 차지한다.

앞서 2012년 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한 후, 중국 정부는 이슬람교도들에 대해 종교의 중국화를 강하게 요구했다. 종교의 중국화는 종교도 중국의 전통과 문화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후 중국 당국의 압박을 견디지 못해 신장(新疆)웨이우얼 자치구, 닝샤(寧夏) 후이족(回族) 자치구 등에서는 이슬람 사원의 아랍어 교육이 중단되고 사립 아랍어 학교가 문을 닫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특히 1100만명의 위구르족 이슬람교도가 사는 신장 자치구에서는 지난해 초부터 중국 정부가 위구르인을 마구잡이로 잡아들여 강제수용소에 구금한다는 언론과 국제기구의 고발도 이어지고 있다.

후이족 자치구의 한 아랍어 교사는 “도로표지판, 제품명, 식당 메뉴 등에서 아랍어가 사라지고 있다”며 “이슬람 문화에 대한 탄압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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