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담양=이미애 기자] 담양군 남면사무소에서 지난 11월 13일 남면 주민들에게 가사문학면 명칭변경 관련 주민설명회를 열었으나 마을주민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오는 6일부터 8일까지 찬반조사 결과에 따라 명칭변경 여부가 결정 난다. ⓒ천지일보 2018.12.8
[천지일보 담양=이미애 기자] 담양군 남면사무소에서 지난 11월 13일 남면 주민들에게 가사문학면 명칭변경 관련 주민설명회를 열었으나 마을주민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오는 6일부터 8일까지 찬반조사 결과에 따라 명칭변경 여부가 결정 난다. ⓒ천지일보 2018.12.8

“일제 동서남북 명칭 “바꾸자”
일부 주민 “혼란스럽다” 반대
군 “지역브랜드가치 높여야”
찬반조사 과반수 찬성, 변경

[천지일보 담양=이미애 기자] “이제는 바꿔야 합니다.” “아니 그냥 그대로 사용하지 혼란스럽게 바꾸나. ‘남면’에서 ‘가사문학면’ 이름도 길어지고 우리는 힘들어.”

전남 담양군이 ‘남면→가사문학’ 행정구역 명칭변경을 추진하는 가운데 ‘가사문학관’을 비롯한 ‘소쇄원’을 중심으로 윗마을과 아랫마을 주민들의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7일 만난 주민들은 “가사문학면은 우리지역 고유의 정체성 확립과 경쟁력 제고를 통한 지역발전의 첫 걸음이 될 것”이라는 것과 “송강 정철에 대한 검 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가사문학면’ 으로의 변경에 부정적인 의견이 서로 엇박자를 내고 있다.

반대 입장에 있는 지역 주민 대부분은 70~80대 어르신으로 두 글자에서 다섯 글자로 바뀌는 것에 대한 번거로움과 오랫동안 익숙해져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남면이라는 지명은 전국에 15개가 있다. 단지 동서남북 방위에 따라 남쪽에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일재시대부터 이어져 왔다.

남면은 조선시대 가사문학의 산실이자 누정문학이 꽃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지역이다.

정선미 면장은 “남면은 관광자원은 풍부하지만 브랜드화가 미흡하고 인구는 점점 줄고 있어 이대로는 발전에 한계가 있다. 명칭변경은 가사문학 및 지역 유산을 활용해 지역 브랜드의 가치를 향상하고 관광경쟁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지역정체성을 확립하고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는 혁신적이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담양하면 ‘가사문학면’이 떠오르게끔 새로운 브랜드로 각인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록에 따르면 1914년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의 군·면 통폐합으로 창평군이 폐지돼 담양군에 통합되면서, 창평군 내남면 및 외남면에 속하던 지역이 담양군 남면으로 편입됐다. 이때 남면, 북면, 동면, 서면, 등 단순 방위에 기초한 명칭들이 많이 사용됐다.

현재까지 이 명칭을 사용하는 곳은 전남지역 4곳(담양·화순·담양·장성)을 포함, 전국에 15개의 남면이 존재한다. 정 면장은 명칭변경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며 “사람이 자신의 고유브랜드를 향상시키기 위해 개명을 하듯, 면의 명칭도 새롭게 도약하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쉬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남면 지역은 600년 동안 이어온 가사문학의 고장이라는 상징성도 있고 2000년, 새 천년을 시작한 해에 한국가사문학관을 개관했다. 담양 지명 천년의 해인 올해(2018) 가사문학면으로 변경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행정은 이러한 견해를 밝혔지만 주민들의 의견은 엇갈린 반응을 보인다.

기자가 남면 마을을 찾은 이날 한 주 민은 “3년 전엔 주민들의 반대로 지명 변경이 실패했다. 일정(일제시대)때 사용한 의미 없는 이름보다 가사문학을 꽃피운 마을의 가치를 알리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찬성했다.

남면사무소 골목길에서 만난 임석길(77)어르신은 ‘남면’에서 ‘가사문학면’ 개명에 따른 기자의 질문에 잠시 머뭇거리다 “투표를 통해 의사를 밝히겠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슈퍼를 운영하는 하승환(70)씨는 “이 지역은 우리 선조들의 정신이 깃든 ‘누정문화’의 산실이다. 후손을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꼭 ‘가사문학면’으로 개명되길 바란다”고 주저 없이 말했다.

정범택(남면 지곡리 이장) 명칭변경 추진위원장은 “반대하는 입장은 소쇄원에서 조금 떨어진 윗마을 주민 중 일부다. 반대하는 주민들의 의견도 겸허히 수렴해서 지역 브랜드를 높이고 마을이 잘 돼는 방향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와 관련 담양군은 지난 11월 13일 19개 마을 200여명의 주민과 함께 남면→가사문학면 명칭변경 주민설명회를 갖고 명칭변경 필요성, 추진개요, 현재까지 추진 현황과 계획에 대한 설명에 이어 최형식 군수와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최형식 군수는 “명칭변경이 추진된다면 전문 컨설팅 업체를 선정해 지역주민발전위원회와 함께 가사문학면에 대한 발전계획(청사진)을 세워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방자치법 제4조의 제 1항에 따르면 자치구가 아닌 읍·면·동의 명칭과 구역은 종전과 같이 하고 이를 폐지, 또는 설치하거나 나누거나 합칠 때는 행정 안전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한다.

명칭과 구역의 변경은 그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고 결과를 특별시장·광역시장·도지사에게 고해야 한다. 담양군 남면은 찬반조사(6~8일까지 3일간) 결과 과반 수 이상 응답 및 응답자 2/3 이상이 찬성할 경우 조례 개정을 통한 명칭변경이 추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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