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 전국 926개 학교서 석면 해체 공사 진행

제거 후에도 석면 검출돼… “업체선정 문제” 지적

교육부 “모니터단 구성, 우수업체 선정 중”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석면이 유해물질에 취약한 아이들에게 여전히 노출돼 학부모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안정성평가를 받지 않은 업체까지 석면 공사를 하는 등 정부의 학교 석면 해체·제거공사가 계획에서부터 진행, 평가단계에 이르기까지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2조 4000억원을 들여 2027년까지 학교의 모든 석면을 제거할 계획이다. 임재훈 의원실에서 제공 ‘2018년 지역별 학교 석면철거 공사 학교 수와 면적, 예산’에 따르면 교육부는 올해 겨울방학 전국 926개 학교에서 석면 해체·제거공사를 진행한다. 이중 여름방학에 6개교 공사를 진행한 경기도 지역의 공사 학교 수가 160곳으로 가장 많다. 이어 경북 108곳, 충남 95곳, 경남 91곳, 대구 92곳 순으로 나왔다.

앞서 진행된 공사 이후에도 여전히 석면이 검출돼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겨울방학 기간 석면을 제거하고 개학 후 두 차례나 대청소를 실시한 인헌초등학교에서 석면이 다시 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서울 관악구 난곡초 교실을 투과식 전자현미경(T)으로 정밀 분석해보니 백석면·갈석면·트레모라이트석면 등 3종의 석면이 남아 있었다.

서울시교육청 등이 조사한 결과 난곡초뿐만 아니라 중구 덕수초, 강남구 대왕중, 성북구 석관고 등 석면 제거 공사를 한 학교에서 백석면이 검출됐다.

지난달 28일 열린 서울시의회 공청회에서 서울시교육청관계자는 “2017년 안정성평가 결과 서울시 우수등급업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미평가업체들까지 석면공사를 하고 있다”며 “안전성 평가 등급별 차등점수 부여로 상위등급 낙찰 가능성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센터는 “인헌초의 경우에서 보듯 S등급의 업체 공사에서도 석면이 검출 되는 현실에 대한 책임기관으로서의 대처로는 한참 모자라다”며 “전라남도 최현주도 의원실에서 받은 자료에서 이와 같은 교육청 업체선정 문제점이 서울뿐만 아니라 지역에 서도 행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센터의 주장에 따르면 석면철거 공사는 과정에 문제가 있다. 교육청은 원가계산, 시방서작성 등 공사계획 전반의 내용을 설계업체에 맡긴다. 이때 교육청이 철거업체를 통해 조사 업체와 계약하거나 잔재물검사 전에 청소과정을 넣어 철거업체의 책임 묻기를 포기하고 ‘책임 물타기’를 하고 있다는 게 센터의 주장이다.

실제로 석면 철거 공사의 중요 과정을 보면 2013~2014년 전국 석면을 조사한 결과는 교육청에 전달돼 공사학교가 선정된다. 공사설계 업체로 넘어가면 조달청을 통해 입찰된 후 사전협의회에서 정보를 제공한다. 사전청소 이후 비닐 보양한 건물은 석면철거 후 청소, 잔재물 검사 등을 거친다.

최근 서울시교육청 공청회에서 나온 ‘서울특별시교육청 학교석면 안전관리에 관한 조례안’은 서울시의회 제284회 정례회 교육위원회 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 조례안이 얼마만큼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 7월에 발표한 학교시설 석면 해체·제거 가이드라인 주요 내용과 변동 없이 진행 중”이라며 “현재 석면 해체 모니터단을 구성하고 우수업체를 선정해 계약하고 있다. 100%는 아니지만 겨울방학 석면 해체 공사에 선정 업체가 투입될 예정”이라며 말을 아꼈다.

◆1급 발암물질 석면, 10~14년 잠복해

1급 발암물질인 길이와 폭의 비율이 3:1 이상 되는 길쭉한 모양(asbestiform)을 가진 자연 광물에서 나오는 섬유다. 석면이 우리 몸속으로 들어오면 10~40년의 잠복기를 거쳐 흉막비후, 석면폐증, 석면폐암 등의 폐질환을 발생시킬 수 있다. 극히 드문 암인 악성중피종도 90% 이상 석면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난소암이나 후두암도 일으킬 수 있다고 국제암연구소는 경고했다.

석면은 열에 강하고, 부식이나 마모가 잘되지 않으며, 보온성이 좋고, 시멘트와 같은 다른 제품과 섞으면 강도도 좋아져 현대산업사회에서 상업적으로 널리 이용됐다. 건축용으로는 주로 지붕 슬레이트, 천장재, 벽면재인 석면보드나 보온단열재, 방열, 방화 등인 석면압축판 및 석면시멘트판으로 쓰였다. 현재 석면의 유해성이 밝혀지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석면사용이 전면 금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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