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오른쪽 5번째) 공정거래위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편의점업계 ‘근거리출점 자제를 위한 자율규약’ 선포식에 참석해 편의점업계 대표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김상조(오른쪽 5번째) 공정거래위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편의점업계 ‘근거리출점 자제를 위한 자율규약’ 선포식에 참석해 편의점업계 대표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편의점 업계의 과다출점 경쟁이 한풀 꺾일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과밀화 해소를 위해 편의점 업계가 합의한 자율 규약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경쟁사 간이라도 50~100m 내에는 편의점 신규점포를 출점할 수 없게 된다.

공정위는 편의점 출점·운영·폐업에 걸쳐 전과정에 대한 규약을 담은 자율규약 제정안을 가맹사업법에 따라 지난달 30일 소회의를 통해 승인했다고 4일 밝혔다. 이 규약에 참여한 편의점은 국내 점포의 96%에 달한다.

이번 자율 규약은 가맹분야 최초 사례로 과밀화 해소와 편의점주 경영여건 개선에 초점을 맞춰 출점, 운영, 폐점에 걸쳐 준수사항을 정리해 담아냈다. 최근 타사 브랜드 간 근접출점사례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면서 출점 단계에서는 이를 최대한 제한하기로 했다. 출점 예정지 근처에 경쟁사의 편의점이 있다면 주변 상권입지와 특성, 유동인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출점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거리제한의 구체적인 수치를 담지는 않았지만 ‘담배 소매인 지정업소 간 거리제한’ 기준을 따르기로 했다. 담배판매소 간 거리 제한은 담배사업법과 조례 등에 따라 지역별로 50~100m라는 기준을 두고 있다. 자율규약에 참여하는 업체는 이 기준에 따라 정보공개서(가맹희망자가 계약체결 여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에 개별 출점기준을 담기로 했다. 단 유동인구가 많거나 밀집된 상권이라면 예외를 둘 수 있다. 편의점의 출점 제한은 1994년 80m라는 기준으로 시행된 적이 있다. 하지만 2000년 공정위가 이를 ‘담합’으로 보면서 폐기됐었다.

또 출점단계에서 가맹 희망자에게는 경쟁 브랜드 점포를 포함한 인근 점포 현황 등의 충분한 정보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운영단계에서는 가맹점주와 공정거래·상생협력 협약을 체결하고 상생발전에 필요한 지원을 충실히 이행하기로 했다. 직전 3개월 적자가 난 편의점에 대해서는 오전 0~6시 영업을 강요하지 않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폐점단계에서는 가맹점주의 책임이 아닌 경영악화 때 영업위약금을 감경하거나 면제하는 ‘희망폐업’도 도입한다. 만일 영업위약금 관련 분쟁이 발생하면 참여사의 ‘자율분쟁조정협의회’를 통해 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CU,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씨스페이스, 이마트24 등은 이날 ‘편의점 자율규약 제정 선포식’을 하고 약속 확인서 작성, 자율규약을 전격 시행하게 된다. 근접출점 제한은 즉시 발효되고 정보공개서 상 출점기준을 담는 부분은 내년 4월 정기 변경 등록 때부터 가능해질 전망이다. 또 참여사들은 규약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심사해 처리방안을 논의하는 ‘규약심의위원회’도 설치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위반행위가 생길 경우 결정문을 위반 회사에 통보하고 위반한 회사는 15일 내 시정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번 자율규약을 승인한 공정위도 협의 내용이 실효성 있게 이행되도록 지원한다. 우선 서면실태조사를 통해 정보공개서에 나온 출점기준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점검하고 실제와 다르면 정보공개서 등록 취소 등의 조처를 한다는 계획이다. 또 인근 점포 현황이나 상권분석 자료 제공 정도, 영업위약금 감경·면제사유 구체화 정도, 위약금 감면 실적 등을 상생협약 평가기준에 반영하기로 했다. 경쟁업체 출점 등으로 경영상황이 악화해 폐점할 때 내는 위약금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감면하는지를 표준가맹계약서에 반영하기로 했다. 아울러 규약에 담기지 않은 명절·경조사 영업단축 허용, 최저수익보장 확대 정도 등은 상생협약 평가 배점 신설을 통해 달성하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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