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양임 할머니가 서울 광화문 인근 신문로 금호아시아나 건물 뒤편에 자리 잡은 집에서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냉장고를 정리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강양임 할머니 “제발 전기ㆍ수도 좀 쓰게 해주세요”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서 물과 수도의 공급을 받지 못한 채 15년 이상 지내온 강양임(66, 장애4급) 할머니에게 전기와 수도를 공급하는 문제를 놓고 관계기관이 떠밀기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 시민의 빈축을 사고 있다.

이 문제는 최근 시민사회단체인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인추협, 이윤구 총재)가 인간의 기본권과 생존권이 박탈된 것과 다름없다며 강 할머니의 안타까운 현실을 정부기관에 알리면서 발단이 됐다.

그동안 강 할머니는 해당 관청에 전기와 수도 공급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외면당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가 직접 나서자 관계기관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표명했다.

종로구청은 강 할머니가 구유(공유)지를 불법 점거하고 있기 때문에 관계법령에 위배된다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고 한국전력공사는 해당 구청으로부터 ‘토지사용 승낙서’를 받아내면 전기를 놓겠다는 입장이다.

종로구청 재무과 관계자는 “강 할머니가 현재 공유지를 불법으로 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전기와 수도를 시설하는 것이 관계법령에 위배돼 우리 구에선 동의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구유지를 불법 점유하신 분을 위해 전기를 놓으라 마라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어서 한전 측에서 차라리 강 할머니에게 선처를 베풀어 주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면 한다”고 전했다.

현재 종로구청 재무과에선 이 문제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지만 사회복지과에 이 문제를 넘겨 복지차원에서 해결 방안을 또다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종로구청 사회복지과 이주문 주임은 “현장을 방문해본 결과 환경이 너무 열악해 임대주택으로 옮길 수 있도록 강 할머니께 권고했지만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며 “지하라서 싫고 매달 지급해야 하는 임대료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전 관계자는 “행정법상 건축물의 허가나 승인여부에 관계없이 원칙적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며 “다만 소유자의 재산권 보호 등을 위해 해당 건축물이나 토지에 대한 정당한 권리 확보가 선결됐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전기 사용 신청 시 현 거주지의 소유주인 행정기관과 협의해 ‘토지사용 승낙서’를 제출하면 거주지역의 가설 구조물의 합법성 여부에 관계없이 전기 공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인추협 고진광 대표는 “15년 이상 관심조차 갖지 않다가 시민사회단체에서 움직이니 이제 서야 겨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친서민 정책을 표방하는 정부가 서울 하늘 아래 전기와 수도 없이 사시는 분이 있는데 이런 중대한 문제를 하급 부서에 미루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인추협은 친서민정책 대상인 2중장애인인 강 할머니 주거시설의 전기․수도 가설을 요청하는 공문을 청와대와 서울시에 보냈지만 종로구청에 이첩했다고 통보해 왔다. 또한 인권위원회는 강 할머니의 인권침해 소지 여부에 대해 조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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