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장애인 성폭력 사건 쟁점 토론회’에서 민병윤 서울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소장(우측 둘째)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장애인 단체 토론회·기자회견

[천지일보=최배교 기자] 최근 대전의 지적 장애 여중생을 16명의 고등학생들이 집단 성폭행한 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사건이 급증하는 추세다.

그러나 형사처벌 과정에서 사법기관이 ‘저항할 수 없는 정도의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라면 성폭력이 아니라는 기준을 적용하는 등 장애를 가진 피해 여성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장애인 단체들이 빈발하게 발생하고 있는 성폭력 사건에 대한 엄중 구속 수사와 재판 절차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모색에 나섰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전국성폭력상담소·보호시설협의회의 146개 소속단체 등과 함께 21일 국회에서 발달장애여성 성폭력 사건에 대해 가해자 엄중 구속수사 및 법무부의 대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단체들은 “발달장애여성 성폭행 사건은 가해자가 ‘솜방망이’ 처벌만 받거나 마치 피해자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것처럼 사건의 책임이 전가되는 상황이 반복돼 왔다”며 “사법 당국이 수사가 시작되는 단계에서부터 의사소통 전문가나 발달장애 관련 전문가와 반드시 연계해야 하며 당사자를 둘러싼 환경과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남숙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전지부 회장은 “법무부와 사법기관이 성폭력 피해를 당한 발달장애여성의 법적 구제를 위해 강력한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정부가 말하는 공정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장애인 성폭력 사건 쟁점 토론회’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곽정숙 의원·박은수 의원이 주최하고, 공익변호사그룹 공감ㆍ서울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ㆍ장애여성공감 성폭력상담소가 주관한 토론회는 장애인 성폭력 수사와 재판 절차상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이 모색됐다.

김정혜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펠로우는 최근 13년간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사건 총 261건의 판결문을 분석해 장애인 성폭력 사건에 적용되는 주요 조항으로 장애인준강간죄·준강제추행의 구성요건인 ‘항거불능’을 법원이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판결에서 항거불능을 판단하는 근거로 삼는 성적 자기결정 능력은 의사형성 능력이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은 별개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가 여부가 항거의 곤란 또는 불가능에 해당하지만 법원은 의사 형성 능력에만 초점을 맞춰 항거불능 상태를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피해자의 답변을 비장애인과 동일한 인식 수준에서 비교하고자 하는 것은 지적장애에 대한 법원의 이해부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피해자에게 법정에서 피해자에게 설명하고 표현을 교정하며 형사 사법절차에서 장애인이 최소한 비장애인 수준의 이해와 참여를 확보할 수 있도록 일종의 통역과 같은 역할을 하는 절차보조인을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윤상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성폭력특례법 제6조의 입법 취지는 신체적․정신적 장애에 의해 결정권을 행사하고 자기방어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취약한 이들의 성적자기결정권을 보호하자는 데 있다”며 “그러나 신체적, 정신적 장애 자체가 ‘사력을 다해도 저항할 수 없는 정도의 불능상태’인지 아닌지 정도를 판단하기에 급급하다면 소수의 고도장애를 제외하고는 본 조항으로 처벌할 수 있는 장애인 성폭력 범죄가 별로 없게 된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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