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키예프에서 국가안보 및 방위 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러시아 경비함정이 우크라이나 군함 2척과 예인선이 영해에 침입했다는 이유로 포격을 가하고 나포하면서 양국 간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출처: 뉴시스)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키예프에서 국가안보 및 방위 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러시아 경비함정이 우크라이나 군함 2척과 예인선이 영해에 침입했다는 이유로 포격을 가하고 나포하면서 양국 간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전날 케르치 해협에서 발생한 러시아 해군의 자국 군함 나포 상황과 관련 계엄령을 선포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대통령 행정실은 이날 포로셴코 대통령이 계엄령 발동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자국군 총참모부에 계엄령 시행을 위한 일부 군대 동원령을 발령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면서 일부 예비군 병력 동원 훈련을 실시하고, 중요 국가시설 및 행정시설·산업 지대·군부대 등을 보호하기 위한 방공망을 가동하라고 명령했다.

그는 또 국가안보국방위원회가 케르치해협 사태에 대해 60일간의 계엄령을 선포할 것을 제안했으나 내년 3월 31일 시작하는 대선 선거운동과 겹치지 않도록 30일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포로셴코 대통령은 의회의 법안 승인 전 연설에서 “계엄령이 우크라이나 전역이 아니라 러시아와의 접경 지역과 흑해 및 아조프해 해안 지역 등에만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역을 대상으로 한 계엄령이나 주요 적용 대상은 국경 인접 지역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이날 TV 담화에서도 이번 계엄령이 우크라이나의 국방력을 강화하기 위한 분야에 제한적으로 적용될 것이라고 전했다. 

본래 계엄령이 내려지면 통행금지, 언론보도 및 시위 제한, 정당과 사회단체 활동 금지, 강제 노역 동원, 외국인 추방 등의 조치가 취해질 수 있으나 검열 등의 조치는 하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이 있을 시 신속하게 모든 자원을 동원할 수 있도록 하는 인적, 군사적, 재정적 조치들만이 취해질 것”이라면서 “계엄령은 전쟁선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전적으로 점증하는 러시아의 공세에 대응해 우크라이나의 국방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러시아 해안경비대는 흑해에서 아조프해로 가기 위해 케르치해협을 통과하려던 우크라이나 해군 함정 2척과 예인선 1척을 크림반도의 케르치항으로 끌고 가 억류했다. 무력을 동원한 나포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군인 최소 3명이 부상당해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 함정 나포를 영해 침범에 대한 합법적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는 자유로운 항행을 방해한 공격행위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유럽연합(EU) 등 서방은 이번 사태에 대해 러시아를 비난하고 나섰다.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아조프해에서 러시아가 무력을 사용한 것을 비난한다”면서 “러시아 당국은 우크라이나 승조원과 함정을 돌려보내고 추가적인 도발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등 정상들도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침해하는 충격적인 일”이라며 러시아를 비판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태가 발생한 지 하루 이상 지난 후 “좋지 않다. 전혀 행복하지 않다”고 러시아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꺼리는 듯한 모습을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한편 유엔 안보리는 이날 러시아 측의 요청으로 긴급회의를 열어 케르치 해협 사태를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의제 상정에 대해 15개 이사국 중 7개국이 반대, 4개국이 찬성, 4개국이 기권하면서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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