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경비원들을 집에 근무하게 하고 회삿돈으로 비용을 충당한 혐의를 받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12일 오후 서울 중랑구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9.1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경비원들을 집에 근무하게 하고 회삿돈으로 비용을 충당한 혐의를 받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12일 오후 서울 중랑구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9.12

차명약국 통한 부당이득 논란

주식 ‘뻥튀기’로 회삿돈 횡령

조 회장 혐의 대부분 책임회피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수백억원대 회사 돈을 가로채 1000억원가량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첫 공판이 26일 열린다.

서울남부지법은 이날 오전 10시 20분 형사합의 12부(심형섭 부장판사) 심리로 조 회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연다. 공판준비기일은 검찰 공소요지를 설명하고 혐의별 쟁점을 정리하는 절차이다. 피고인에게 출석할 의무는 따로 없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5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배임·사기·횡령 등을 비롯해 약사법 위반, 국제조세조정법 위반 등 독점규제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조 회장을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

조 회장은 그에게 적용된 8개 혐의를 모두 부인해왔다. 공소시효가 만료된 약 610억원의 해외자산 상속세 탈세 혐의만 자백했다.

이에 조 회장이 차명약국을 통해 요양급여를 타낸 것과 회삿돈 274억원을 빼돌린 혐의가 인정될지 주목을 받고 있다.

조 회장은 약국운영자 류모(68)씨, 약국장 이모(65)씨와 함께 인하대병원에 대형약국을 차명으로 개설, 1522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특경법상 사기 및 약사법위반)를 받는다. 그는 “개설주체는 내가 아니고 약국 자릿세에 대한 수수료를 받았을 뿐”이라고 책임을 회피했다.

그러나 검찰은 조 회장이 정석기업 대표이사 원모(66)씨를 통해 약사자격을 가진 약국장 이씨와 공모해 차명약국을 개설한 뒤 약국 지분 70%를 보유했고, 2014년까지 매년 약 2억 8000만원의 배당수익을 현금으로 받았다고 보고 있다.

또 약사자격증이 없는 조 회장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한 요양급여를 편취하는 등 1522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겼다고 봤다. 조 회장이 사실상 약국개설과 운영을 주도했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속였다는 것이다.

조 회장은 또 274억원 규모의 회삿돈 배임·횡령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조 회장이 2003년부터 올해 5월까지 그룹 계열사 삼희무역, 플러스무역, 트리온무역을 순차로 설립하고 물품공급계약을 맺었다. 이 과정에서 공급사의 중개업체로 트리온무역을 끼워 넣어 수수료 명목으로 196억원가량 부당이득을 거뒀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조 회장이 경영권과 무관한 주식에 ‘경영권 프리미엄 30%’를 얹는 식으로 자녀들의 주식을 ‘뻥튀기’했고, 정석기업은 이들 주식 7만 1880주를 176억원에 매입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 회장 측은 횡령·배임부분과 관련한 사실관계는 대체로 인정하나, 이에 대한 책임은 실무자들에게 돌리고 있는 상태로 알려졌다.

더불어 검찰은 조 회장이 ‘땅콩회항’ 사건으로 기소된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4)의 변호사 선임료 17억원을 대한항공이 대납하도록 했고, 모친 고(故) 김정일 여사와 묘지기, 모친의 집사 등 3명을 정석기업 임직원으로 올리고 급여를 받는 수법으로 20억대 부당이득을 챙겼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외에도 조 회장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당시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65)의 동생 소유 4개 회사 등 한진그룹 계열사 10개를 명단에서 지우고, 친족 114명을 고의 누락한 혐의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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