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31일 은행권에 본격 도입됐다. 빚 갚을 능력만큼만 대출해주는 DSR 규제는 지난 6개월간 시범 운영돼 왔는데 이날부턴 관리지표화하는 것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의 한 시중은행 앞에 대출금리 관련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18.10.3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중구의 한 시중은행 앞에 대출금리 관련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18.10.31

“대출규제 강화로 부채 둔화됐지만, 불법사채로 내몰릴 수 있어”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가계 빚이 사상 처음으로 1500조원을 넘어섰다. 정부가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한 대출 조이기 정책으로 증가속도는 둔화됐지만, 소득 증가세보다 여전히 빠른 속도를 보여 가계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2018년 3분기 중 가계신용’에 따르면 3분기 말 가계신용은 1514조 4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 분기 말(1492조 4천억원)보다 22조원이 증가했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 보험사,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 각종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과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을 합친 통계다. 가계 부채를 포괄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통한다.

가계신용 잔액이 1500조원대로 올라섰지만 증가속도는 둔화했다.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전 분기 대비 증가 금액이 2분기(24조 1천억원) 보단 작아졌다. 계절적 요인을 배제하기 위해 동일하게 3분기를 기준으로 보면 증가액은 2014년(20조 6천억원) 이후 최소다. 가계대출 급증기인 2015∼2017년에는 평균 30조 5천억원씩 늘은 것에 비하면 눈에 띄게 둔화된 것은 맞다. 지난 1년간 증가액은 95조 1천억원으로 100조원 아래로 내려갔다. 2015년 1분기 이래 3년 반 만에 가장 작았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6.7%로, 2014년 4분기(6.5%) 이후 가장 낮았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2016년 4분기(11.6%)를 정점으로 꾸준히 하락세다.

다만 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 가계신용 증가 속도가 소득에 비교하면 아직도 빠르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장 최근인 올해 2분기 월평균 명목 가계 소득은 1년 전보다 4.2% 증가했다. 3분기에도 소득 증가율이 가계신용 증가세를 밑돌았을 가능성이 높다.

가계 소득 증가율은 문재인 정부 출범인 작년 2분기 이래 5%를 넘은 적이 없다. 가계가 세금, 사회보험금 등을 빼고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인 처분가능소득의 증가율은 0∼1%대로 더 낮다.

부문별로 보면 가계대출은 3분기 말 1427조 7천억원으로 전분기 보다 18조 5천억원 증가했다. 그중 예금은행 가계대출(695조 9천억원)이 14조 2천억원 늘었다. 예금은행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전 분기(12조 8천억원)보다 확대했다. 이는 아파트 입주, 전세 확대 등으로 잔금 납부에 따른 집단대출, 전세자금 대출 증가세가 이어지면서다. 실제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8조 6천억원으로 2016년 4분기 이래 최대였다. 비은행 예금 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전 분기와 같은 317조 2천억원이었다. 이는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분기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래 증가액이 가장 작았다.

기타금융기관 가계대출은 4조 2천억원 증가한 414조 6천억원으로 집계됐다. 판매신용은 86조 7천억원으로 3개월 전보다 3조 6천억원 증가했다.

정부는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7월부터 상호금융권 가계대출에도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을 도입하는 등 비은행 대출 규제를 강화해왔다.

표면적으로는 가계부채가 둔화됐으나 대출규제 강화로 인해 미처 돈을 빌리지 못하는 이들이 불법 사채로 빠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이들은 통계에도 잡히지 않기 때문에 자칫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잇따른 대출규제 강화로 인해 대출을 점점 받기 어려운 취약계층은 자칫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며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무조건 대출규제만 강화할 게 아니라 취약계층에 맞는 금융상담과 함께 맞춤형 대출 시스템을 더 활성화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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