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병옥 상사는 최근에는 주말에만 24시간 퇴근할 수 있는 보직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가족 사랑이 특별한 권 상사는 인터뷰가 진행된 날도 토요일 저녁 군부대에서 퇴근한 후 집에 들러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나왔다. 권 상사가 자신의 봉사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1.14
권병옥 상사는 최근에는 주말에만 24시간 퇴근할 수 있는 보직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가족 사랑이 특별한 권 상사는 인터뷰가 진행된 날도 토요일 저녁 군부대에서 퇴근한 후 집에 들러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나왔다. 권 상사가 자신의 봉사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1.14

육군 7사단 8연대 권병옥 상사

 

군에서도 사회에서도 ‘윤활유’

결손가정 아동 지원에 ‘봉사상’

솔선수범하는 군생활로 ‘표창’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따뜻한 손길이 반가운 계절이 찾아왔다. 지난 7일 입동을 넘기며 겨울 기운을 담은 찬바람은 시민들의 옷깃을 여미게 하고 있다. 내 몸이 추우면, 그 추위를 어렵게 견뎌야 하는 소외된 이웃들에게 아무래도 눈길이 더욱 가게 마련이다.

그러나 마음은 굴뚝이라도 누구의 도움도 없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손길을 내밀기란 그렇게 쉽지가 않은 게 현실이다. 특히 생업에 매여 있다면 더더욱 발걸음은 무거워진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 곳곳에는 묵묵히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작은 손길이라도 보탬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온정을 베푸는 봉사자가 있다.

부쩍 찬바람이 기승을 부린 지난달 말 주말, 춘천역 인근 한 카페에서 육군 7사단 8연대에 근무하는 권병옥(43) 상사를 만났다. 주말 24시간 동안만 퇴근이 가능하다고 밝힌 권 상사는 약속 장소에도 가족을 대동하고 나타났다. 일주일 만에 만나는 가족을 위해 인터뷰 시간까지도 가족들과 함께하고자 하는 배려였다. 

인터뷰 내내 무표정이었던 권 상사지만, 아이들을 볼 때는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는 두 딸과 두 아들을 둔 다복한 집안의 가장이었다. 자녀들은 그가 결손아동지원단체 ‘함께하는 사랑밭’에 매달 기부금과 특별기부금을 내는 봉사활동의 원동력이었다.

권 상사는 네 아이를 키우기에도 빠듯한 형편이었지만, 지난 2004년부터 결손가정 아동들을 지원하는 데 성심을 다했고 지난 8월 20일에는 한국문화안보연구원장 안보봉사상을 수상했다. 유독 아이들을 좋아하는 권 상사에게는 자신의 자녀만큼이나 남의 집아이들도 똑같이 소중했다.

“우리 아이들을 그늘 없이 키우려고 노력하는데, 주변 아이들을 보니까 그늘이 있는 아이들이 있었지요. 조손·결손 가정이어도 어떤 아이들은 그늘이 없는데, 그늘이 있는 아이들이 있어요. 어떻게든 돕고 싶었어요. 우연찮은 기회에 행사가 있어서 도울 일이 생겼고, 지원까지 하게 됐습니다.”

권 상사는 아내를 가리키며 남편의 봉사활동을 좋게 여기고 적극적으로 응원하고 있다며 뿌듯해했다.

그는 현재 장애인 복지단체인 ‘나눔장애인복지’에서도 연탄배달과 김장 등 간헐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재정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기에 군대에서 훈련으로 다져진 체력으로 베풀었다.

권 상사는 “동네에도 장애인이 계시는데, 처음에 머리가 좋았는데 사고 때문에 정신적으로 많이 아프게 됐다고 들었다”며 “사회 일원으로 잘 생활할 수 있었는데, 안타깝게 됐다”며 장애인 봉사활동을 하게 된 계기도 밝혔다. 

권 상사는 특별히 종교를 갖고 있지도 않다. 그는 “어렸을 때엔 교회를 가기도 했지만 꼭 교회를 가야만 착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다”며 “교회를 안 가도 바른 길을 가면 될 것 같아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권병옥 상사는 군 내에서도 군 병력이 이상 없이 돌아가게 하는 행정보급관으로 허브 역할을 하고 있었다. 1996년 군대에 입대한 그는 유독 주특기(자신이 맡은 병과)와 외부 훈련이 힘이 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런 군생활을 버틸 수 있게 해줬던 게 내무생활이었다고 설명했다. 고참이나 내무반 병사들의 정이 끈끈해 재미있고 편하게 군생활을 했고, 이런 경험을 군문화로 만들어 후임들에게 알려주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자신이 제대를 하면 더 이상 이 문화를 전수해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고, 군인이 자신의 적성과 맞다고도 생각해 군에 남게 됐다. 그리고 이후부터는 청년들이 입대해 군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도록 윤활유 역할을 하고자 노력했다고 그는 말했다.

이렇게 그는 22년 동안 군에 머물게 됐다. 그가 일하는 곳은 최전방인 GOP인근이다. 최전방에서는 군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상태가 전체 병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권 상사는 이 때문에 군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군인들에 대한 상담과 조치 등을 하는 허브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권 상사는 20년 전과 지금의 군문화가 많이 달라졌다고 설명하면서도, 병사들이 느끼는 어려움은 같다고 설명했다. 과거나 지금이나 나름의 힘들고 어려운 고충이 있다는 설명이다. 과거엔 식판이나 군화를 닦고, 내무반 청소나 정리 등 소위 ‘사조직’으로 형성된 내무반의 계급이 존재해 어려움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폭력과 억업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지금은 이런 사조직 문화가 거의 발생되지 않고, 발생되면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권 상사는 “요즘 병사들 사이에서 보이는 고충은 좀 다르다. 가정마다 하나둘 밖에 없는 자녀들인 탓에 집에서 원하는 것을 다 들어줬기 때문인지 밖에서도 자신들이 하고 싶은 욕구를 고스란히 표출한다”며 “자신이 하고 싶은 직책을 맡게 해달라며 떼를 쓰는 경우도 있다”고 사례를 들었다. 훈련을 안 하고 남들보다 더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곳에 가려고 어거지를 부리는 병사들이 과거보다 늘어났다는 것이다. 떼를 써도 자신의 욕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심지어 부대를 바꿔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그는 이런 사례가 발생하면 해결하는 데 애를 많이 먹는다고 토로했다. 문재인 정권 이후 순풍 무드가 펼쳐지는 남북관계가 군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을까. 권 상사는 큰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군에서는 하는 역할만 똑바로 하면 되니까. (분위기를) 잘 모르겠다”며 “외부적 분위기는 좋아지는 것 같지만 군 내부에서는 그런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다. 휩쓸려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권 상사는 솔선수범하는 군생활로 각종 표창을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선봉중대 선발에도 기여했고, 올해는 불모지 및 수목제거 작전유공으로 사단장 표창을 받는 등 군간부의 모범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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