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광주박물관 특별전 ‘바람을 부르는 새’ 포스터. 심사정의 홍련과 물총새. (자료제공: 국립광주박물관)

[천지일보=이현정 기자] 앞다리를 대신하는 양 날개와 손을 대신하는 단단한 부리, 온 몸에 털을 두르고 매서운 눈초리로 한 치에 망설임 없이 날아오르는 모습에 자유로움을 느낀다. 이를 우리는 흔히 ‘새’ 혹은 ‘조류(鳥類)’ ‘bird’로 불러왔다.

단순한 날짐승에 인간은 오랜 세월 많은 의미를 부여했다. 하늘과 교감하는 삼족오, 아침을 열어주는 닭, 귀한 손님을 반기는 까치, 흉조를 알려주는 까마귀. 새에 여러 상징적 의미는 동식물의 습성을 비롯한 생태를 관심 있게 바라보는 우리 선조들의 섬세함과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고자 하는 해학적 시각과 감성에서 우러나온 우리 문화의 빛깔로 비춰진다.

최근 국립광주박물관은 재개관을 기념하는 특별전 ‘바람을 부르는 새’를 통해 우리 문화 속에서의 ‘새’ 의미를 재조명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 상상의 새, 하늘을 열다

우리나라 대통령을 상징문양 ‘봉황’.

흔히 브라운관에서 접하던 대통령 직무실부터, 대통령의 전용차 번호판까지 봉황 두 마리는 우리나라 대통령을 상징하는 데 빠짐이 없다. 봉황은 용과 함께 동양에서 상서로움을 상징하는 상상의 동물이다.

수컷은 봉(鳳), 암컷은 황(凰)이라고 한다. 또 ‘봉’자는 바람 풍(風)자와 새 조(鳥)자가 합쳐진 것으로 ‘바람’을 상징하기도 하며, 성천자(聖天子)를 상징해 태평성대의 표상으로 인식돼 우리나라를 비롯해 동양 문화권에 자주 등장하는 상상의 새이다.

백제 미술의 정수라고 볼 수 있는 ‘백제금동대향로’에서는 향로 뚜껑 정상의 구슬 위에 봉황이 턱 밑에 구슬을 끼고 위풍당당하게 서서 그 위상을 떨치고 있다.

봉황 외에도 상상의 동물이나 위상과 권위를 나타내는 새가 있었으니 바로 고구려 건국과 빼 놓을 수 없는 삼족오와 주작이다.

‘집안 오회무덤 4호분’ 벽화는 삼족오와 더불어 여러 신선이 천상세계를 지키고 있다. 삼족오는 ‘세 발 달린 검은 새’라는 뜻으로 고구려 벽화고분 중 가장 연대가 높은 ‘안악 3호분’의 천정벽화 월상(月像)에 처음 등장했다.

고구려는 시조 주몽을 ‘해와 달의 아들, 하백의 외손’으로 믿었고, 삼족오는 동쪽 해를 상징하고 있어 시조전승과 관련해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돼 고구려 고분벽화에 대부분 빠짐없이 등장한다.

더불어 ‘강서중묘 사신도’에서는 남쪽을 다스리는 주작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주작은 봉황의 수컷인 ‘봉’에서 모양을 본뜬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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