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의 방만경영이 도를 넘어섰다. 뚜렷한 이유도 없이 직원들에게 각종 명목으로 돈을 퍼주다시피 하면서 총체적인 도덕적 해이를 보이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정책에 따라 수도권에 보유하고 있는 직원용 사택 587세대 가운데 257세대를 매각하면서 마련된 278억여 원의 매각대금에 21억 8000만 원을 보태 300억 원을 만들었다.

이렇게 마련한 자금은 직원에게 연리 2%의 주택마련자금으로 대출해줬다. 가스공사의 부채비율이 344%에 달하는 점을 생각해 보면 경영 회복은 아예 포기한 듯하다.

직원들 40%가 연봉 1억 이상을 받는다는 한국거래소의 경우엔 지난해 자기개발휴가 7일과 경로효친휴가 3일 등 특별휴가 제도를 만들어 연차휴가보상금으로 1인당 600만 원을 지급했다. 자기개발휴가라는 생소한 이름도 거부감이 들지만 보상금 600만 원은 또 무엇인가 싶다.

수자원 공사도 장기교육 직원에게 성과급 잔치를 벌여 도마 위에 올랐다. 2007년부터 올해 현재까지 6개월 이상 장기교육훈련을 받은 직원에게 지급한 성과급 총액은 13억 9000만 원에 달한다.

원래 성과급은 업무 평가에 따라 잘한 직원에게 주는 것이다. 업무 대신 공부를 하고 있는 직원들이 업무 평가를 받고 돈을 받아갔으니 웃음만 나온다.

한편 지난해 23개 공기업의 부채는 213조 2000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13.6%나 급증했다. 부채비율은 153.6%로 2008년 133.5%보다 20.1%나 상승했다. 공기업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그런데도 성과급은 꼬박꼬박 챙겨주니 경영을 회복할 의지가 있는지 묻고 싶다.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기조로 내세운 ‘공정한 사회’는 요원해 보인다. 공기업이 성과급 잔치를 벌일 때 수많은 청년들은 실업난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제 정부가 나서야 한다. 과거엔 공기업 경영진을 집권당 측근으로 채우는 게 당연한 수순이었다. 집권을 하게 되면 공기업에 자기 사람을 앉히고, 충성에 대한 ‘보상’을 해줬던 것이다. 때문에 방만경영을 해도 뒤를 봐줬던 것이 현실이었다.

이렇듯 정부가 변질시킨 공기업은 정부 스스로가 개혁해야 한다. 더 강도 높은 공기업 선진화 방안을 추진하고 전문 경영자를 세워 개혁의 고삐를 바짝 죄어야 한다. 공기업은 원래 ‘공적인 기업’이다.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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