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관에서 사망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와 그의 약혼녀 하티제 젠기즈의 마지막 모습이 공개됐다. 지난 2일(현지시간) 카슈끄지가 실종되지 몇 시간 전에 찍힌 폐쇄회로(CC)TV영상에는 두 사람이 그들의 아파트 건물로 들어서는 모습이 담겨 있다. (출처: 뉴시스)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관에서 사망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와 그의 약혼녀 하티제 젠기즈의 마지막 모습이 공개됐다. 지난 2일(현지시간) 카슈끄지가 실종되지 몇 시간 전에 찍힌 폐쇄회로(CC)TV영상에는 두 사람이 그들의 아파트 건물로 들어서는 모습이 담겨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사건이 세계 최악의 비극으로 손꼽히는 예멘 내전의 휴전을 이끌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카슈끄지 사건에 사우디 왕실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국제사회에 퍼진 가운데 예멘 내전에서 사우디에 무기를 제공해온 미국과 영국이 불쑥 휴전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와 CNN방송,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휴전 관련 발언에 대해 이같이 분석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사우디가 지원하는 예멘 정부와 이란이 지원하는 후티 반군이 2015년부터 충돌하고 있는 이 내전에 대해 이날 매티스 장관은 예멘에서의 공습을 멈추고 30일 안에 평화협상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폼페이오 장관도 양측이 공습 등 적대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도 영국BBC와의 인터뷰에서 “휴전 촉구는 매우 환영할만한 발표”라고 맞장구를 쳤다고 NYT가 전했다.

일부 중동 전문가들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카슈끄지 사건의 배후로 의심받으면서 국제적으로 위기에 몰린 시점과 예멘의 휴전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겹친 상황이 단순 우연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행정부에서 일했던 베테랑 외교관인 데니스 로스는 “외교 작업의 핵심 사안 중 하나는 지렛데”라면서 “폼페이오는 사우디에 대해 이전에 가지고 있지 못했던 지렛대를 확보했다”고 판단했다.

미국 정부가 예멘 휴전을 제안한 데는 미 의회의 공세를 저지하고 사우디와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도 부분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NYT는 봤다.

WP는 사우디 정부가 카슈끄지 사건 이후 예멘 내전에서 어떤 행동을 할지 주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예멘 내전은 3년 반이 넘도록 1만명에 달하는 민간인 사상자를 내고 있으나 아직 사우디 측이 휴전을 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한편 이날 터키 검찰은 카슈끄지가 사우디 ‘암살조’의 계획에 따라 자국 총영사관에 도착 직후 목이 졸려 살해되고 시신이 훼손됐다고 발표했다.

이스탄불주 검찰의 이날 수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카슈끄지는 이달 2일 자국 총영사관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돼 목이 졸려 사망했다. 이스탄불 검찰은 사우디 암살조가 카슈끄지를 이같이 죽인 후 시신을 토막내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이스탄불 검찰은 지난달 29, 30일 모젭 사우디 검찰총장과 수사에 관해 협의했으나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이스탄불 검찰은 카슈끄지 살해 용의자 18명을 터키로 송환하라고 사우디 검찰에 거듭 요구했다.

익명을 요구한 터키 당국자는 “사우디 검찰총장 일행은 터키 수사당국이 확보한 증거가 무엇인지 알아내는 데 주로 관심을 보였다”면서 “그들이 진정으로 수사에 협조할 의지가 있다는 느낌을 못 받았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사우디 정책과 왕실에 비판 목소리를 냈던 재미 언론인 카슈끄지는 지난달 2일 결혼에 필요한 서류를 위해 주이스탄불 사우디 총영상관에 방문했다가 사우디 암살조에 살해됐다.

사우디 정부는 이에 대해 카슈끄지가 계획적으로 살해된 것을 인정했으나 시신의 소재와 지시 주체 등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아 의혹만 커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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