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교 안식일 예배 노린 범죄

용의자 “유대인 죽어야” 외쳐

2010년 이후 급증… 15건 집계

중간선거 ‘총기문제’ 이슈되나 

미국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의 스쿼럴 힐에 있는 유대교 예배당에서 27일(현지시간)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해 신도 11명이 피살됐다. 사진은 범인 로버트 바우어스. (출처: 뉴시스)
미국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의 스쿼럴 힐에 있는 유대교 예배당에서 27일(현지시간)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해 신도 11명이 피살됐다. 사진은 범인 로버트 바우어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국 펜실베이나 주 피츠버그에서 27일(현지시간) 최소 11명의 사망자를 낸 총기난사는 유대교 회당(시너고그)에서 발생해 미국 사회를 더욱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반(反)유대인 범죄로 기록될 전망인 가운데, 유대교 안식일 예배 도중 발생했다는 점에서 ‘증오범죄’로 볼 수 있는데다 열흘도 채 남지 않은 미국 중간선거를 앞뒀다는 점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언론들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총격은 이날 오전 10시께 피츠버그 앨러게이니 카운티의 ‘트리 오브 라이프’ 시너고그에서 발생했다. 이 지역은 특히 유대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체포된 총격범 로버트 사우어스(46)는 시너고그의 건물에 총을 들고 들어가 “모든 유대인은 죽어야 한다”고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갭(Gab)’의 계정에는 유대인에 대한 비방의 글들로 채워져 있었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미국에서 총기 난사 사건은 빈발하지만 종교시설을 직접 겨냥하는 경우는 2010년을 넘어서면서 도드라지기 시작했다. AP통신에 따르면 2012년부터 현재까지 종교시설 겨냥 사건은 모두 15건으로 집계됐다.

이중에서도 2015년과 2017년에 발생한 사건은 그 어느때보다 대형 참사였다. 2015년 6월에는 미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의 흑인 교회에서 백인 우월주의에 사로잡힌 딜런 루프(21)가 9명을 사살했다. 루프는 증오범죄 혐의로 기소돼 사형선고를 받았다. 2015년 10월에는 오리건 주 로즈버그의 엄프콰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총격범 크리스 하퍼 머서(26)가 사람들에게 차례로 무슨 종교를 믿는지 묻고 나서 총격을 가해 10명이 사망하고 7명이 다쳤다.

2017년 11월에는 백인 남성 데빈 켈리(26)가 텍사스 주 서덜랜드 스프링스의 제1침례교회에 난입해 총기를 난사, 26명이 사망하고 2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미국의 최대 유대인 단체 ‘반명예훼손연맹(ADL)’에 따르면 미국 내 반유대주의 범죄는 2016년 1267건에서 지난해 1986건으로 57% 급증했다.

이번 피츠버그 유대인 총살 사건에서 정확한 범행 동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연방수사국(FBI)은 이번 사건을 ‘증오범죄’로 보고 수사에 돌입했다.

FBI 피츠버그지국의 밥 존스 특별수사관은 “총격범은 시너고그로 들어가 예배를 보는 교인들을 살해했고, 경찰이 출동하자 도주하려 했다”며 “현재까지는 단독 범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사건과 관련, 트위터에 “이 사악한 반(反) 유대주의 공격은 인류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난하고, “우리는 증오를 극복하기 위해 반드시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1일까지 조기 게양도 지시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피츠버그를 방문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열흘도 채 남지 않은 중간선거를 앞에 두고 ‘총기규제’ 이슈가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떠오를 수도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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