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주최하고 한국어세계화재단과 한국방송 주관으로 개최한 ‘제1회 외국인 한국어 겨루기 한마당’에 참여한 외국인들이 권재일 국립국어원장과 함께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제공: 한국어세계화재단)

예선 100여 명 참가… 한류열풍 넘어 한국문화의 장 될 것
삼보 볼간타미르 “한국노래 번역하다 실력 늘었어요”
가브리엘 “한국인 간호사 여자친구가 많이 도와줘요”
슐레포바 안나 “김치찌개 좋아하는 한국 주부됐어요”
선저이 꾸마르 “인도에 한국을 널리 알리고 싶어요”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안내 계시판’과 ‘태극기 게양대’ 중에서 어떤 것이 틀린 문장일까요, 답을 골라 바르게 고쳐주세요. 10초 9초 8초….”

KBS 엄지인 아나운서의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서툰 글씨체로 ‘계시판’을 ‘게시판’으로
고쳐 쓰는 참가자 4명은 모두 외국인.

이들은 평소 한국어에 관심이 많던 외국인들로 한글날(10월 9일)을 맞아 열린 ‘제1회 외국인 한국어 겨루기 한마당’ 1, 2차 예선에서 100여 명과 겨뤄 3차 본선에 오른 한국어 베테랑이다.

마지막 본선은 KBS에서 진행됐다. 본선에는 몽골에서 온 삼보 볼간타미르(22, 남, Sambuu Bulgantamir) 씨와 프랑스에서 온 가브리엘(24, 남, Boutry Gabriel) 씨, 한국인과 결혼해 다문화 가정을 꾸린 키르기스스탄인 슐레포바 안나(25, 여, Shulepova Anna) 씨, 인도에서 온 선저이 꾸마르(23, 남, Sanjay Kumar) 씨가 참여해 대결을 펼쳤다.

4명 외국인 모두 한국어 실력이 출중해 아나운서와 한 조가 돼 겨루기로 했던 기존 3차 본선은 아나운서들이 빠진 채 진행됐다.

▲ ‘제1회 외국인 한국어 겨루기 한마당’ 2차 본선이 열린 국립국악원 뒷마당에서 키르기스스탄인 슐레포바 안나(25, 여) 씨가 직접 쓴 한글날 표어를 들고 있다. (제공: 한국어세계화재단)
세계 각국에서 온 이들이지만 한국과 한국어에 대한 사랑은 남달랐다. 국내 걸 그룹 미스에이의 ‘배드걸 굿걸’ 안무를 소화해 주위 외국인과 아나운서를 놀라게 한 삼보 볼간타미르 씨는 한국어 공부 비법으로 화장실과 한국노래를 꼽았다. 화장실은 공부할 때 집중이 잘 돼서다.

한국노래가 마냥 좋아서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불렀다는 삼보 볼간타미르 씨는 “어느 순간 노래가 의미하는 내용이 궁금해져서 번역하기 시작했다”며 “한국어는 몽골어랑 어순과 구조가 비슷하다. 2015년까지 한국에서 공부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보 볼간타미르 씨에 따르면 몽골에서는 한류열풍이 불고 있다고.

반면 인도에서는 대부분 사람이 한국제품을 쓰면서도 한국에 대해 잘 모른다고 선저이 꾸마르 씨는 말했다. 일부 사람들은 현대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서도 일본의 자동차로 착각하기도 한다.

선저이 꾸마르 씨는 “인도와 한국은 경제·외교적으로 교류가 많아지고 있다”며 “한국어뿐만 아니라 한국의 문화·관광·역사 등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비췄다.

3시간가량 진행된 방송녹화가 물 흐르듯 술술 진행될 정도로 한국어에 능숙한 이들이지만 처음에는 한국 사람의 정서와 언어를 이해하는 데 서툴렀다. 가브리엘 씨는 “한국 사람들은 ‘밥 한 번 먹자’라는 말을 자주 한다. 우리나라 사람은 그런 말을 잘 안 해서 신기했다”고 말했다.

가브리엘 씨는 “한국 사찰에 머물렀던 적이 있다. 절에서는 아주머니를 ‘보살님’이라고 불러서 아주머니는 ‘보살님’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밖에 나가서도 아주머니를 보면 ‘보살님’이라고 부르며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인사드렸던 적이 있다”고 했다.

선저이 꾸마르 씨는 “예전에 기숙사에서 생활했던 적이 있다”며 “공용 샤워실에서 옷을 다 벗고 씻어서 난감했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은 사우나를 좋아한다”고 말해 주변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들은 한국어를 배우고 익히는 데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컸다며 방송 녹화 중간에 지인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특히 슐레포바 안나 씨는 시부모님께, 선저이 꾸마르 씨는 결선 퀴즈에 나온 ‘-시오’와 ‘-시요’의 차이를 한국 택시 아저씨한테 배웠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겨루기가 진행되는 동안 단순한 경연대회가 아닌 교육적 성격을 띤 참여형 행사로 진행했다”며 ”앞으로 기존 경연대회를 아우르면서 차별성과 대표성 있는 한국어 한국문화 행사로 확대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1회 외국인 한국어 겨루기 한마당’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주최하고 한국어세계화재단과 한국방송 주관으로 개최됐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