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정 교단에 인수됐다는 괴소문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파리바게뜨 매장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파리바게뜨·진로 등 괴소문에 속앓이

[천지일보=백하나 기자] 근거 없이 떠도는 소문 때문에 기업들이 낭패를 보고 있다.

SPC 계열사인 파리바게뜨 본사는 특정 종교가 회사를 인수했다는 루머 때문에 기독교인 사이에서 불매 운동이 일어나 홍역을 치러야 했다. 심지어 가맹점에서는 기독교와 연관 있는 납품업체가 주문을 취소하겠다는 연락을 해왔다며 본사에 해명을 요구하는 문의를 했다.

사실 파리바게뜨를 둘러싼 이 같은 괴소문은 2000년도부터 시작됐지만 근원지도 없고, 근거도 없이 떠돌고 있다.

문제는 사람들 인식 속에 박혀 있는 믿음이 쉽게 사라지지 않고 시간이 지나 확대 재생산되면서 업체에 타격을 준다는 점이다.

KBS드라마 ‘제빵왕 김탁구’가 인기를 끌 당시에는 주인공이 파리바게뜨의 소속사인 SPC 허영인 회장을 모델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루머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포털 사이트의 기사 댓글에는 ‘파리바게뜨가 OO교 소속이 맞느냐’ ‘기독교인인데 먹지 말아야 하느냐’ 등 각종 질문이 쏟아졌다.

논란이 일고 있는 교단 측 관계자는 이 같은 루머에 대해 “우리는 소속된 업체를 다 공개하고 있다. 파리바게뜨에 관련된 루머는 전혀 알지도 못했고 관련이 없는데 입장을 말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전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파리바게뜨는 지난 8월 루머를 퍼트린 네티즌 9명을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면서 강경 대응에 나섰다.

루머로 피해를 본 업체는 이뿐만이 아니다. 진로 소주는 일본 자본에 넘어갔다는 해괴한 소문으로 낭패를 봤다. 지난 2005년 진로가 하이트에 인수될 당시, 경쟁사 프로모션 대행업체의 알바생이 ‘일본 자본 연루설’을 퍼트리면서 법의 처벌을 받았다.

하지만 루머가 끝나지 않고 확대 재생산됐다. 2008년 진로 제이를 출시한 본사는 진로의 J가 재팬의 약자를 땄다는 괴소문에 한동안 시달렸다.

참이슬에 붙은 붉은 원 라벨은 일장기를 뜻한다는 루머로까지 확대됐다. 진로는 급기야 올해 3월 악성 루머가 사실이 아니라는 광고를 내기에 이르렀고, 소유 자본까지 광고에 걸고 있다.

진로에 따르면 진로의 지분은 하이트홀딩스가 53.46%, 리얼디더블유가 10.27%, 우리사주조합이 5.79%를 갖고 있다.

전문가는 루머가 근거 없는 믿음으로 작용하고 있는 원인에 대해 ‘상대적 박탈감에서 나온 공격성’이라고 분석했다.

사실 고(故) 최진실 씨의 자살 원인이 ‘채무로 인한 것이다’는 루머부터, 가수 나훈아․타블로 등 공인을 둘러싼 네티즌들의 루머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장휘숙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한국인들은 긍정보다 부정적인 것에 더 솔깃 하는 경향이 있다”며 “‘아이는 때리면서 키워야 한다’ 등 부정적인 가치관으로 양육 받은 가정이 많이 분포하는 한국은 특히 이러한 선입견에 더 쉽게 사로 잡힌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루머는 내재된 분노와 상대적 박탈감을 상대를 비방하면서 해소하는 일종의 ‘관계적 공격’으로 분석할 수 있다”며 “해명할수록 공격이 가중되는 만큼 적당한 시점에 객관적인 자료로 반박하며 차라리 긴 침묵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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