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라를 CT 3차원으로 재구성한 결과 왼쪽 아래턱뼈에 골절 흔적(화살표)을 찾을 수 있다. (사진제공: 신동훈 서울대 교수팀)

턱뼈 골절·36점 복식 수습 등 다양한 연구거리 나와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400년 전에 묻힌 조선 중기 양반으로 추정되는 남성 미라가 발견됐다. 미라는 질병 등 각종 의학자료 외에도 의복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정도로 보존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의학연구원 법의학연구소 신동훈 교수팀은 지난 2007년 강원 강릉시 주문진읍에서 강릉최씨 진사공 휘호파 8세조인 최경선(1561~1622)의 묘를 이장하던 중 발견된 유해 및 유물을 지난 3년간 분석한 결과 왼쪽 아래턱뼈에서 골절 흔적을 확인했다고 6일 밝혔다.

신 교수의 말에 따르면 미라는 컴퓨터 단층촬영(CT)을 한 결과 왼쪽 아래턱뼈의 골절 흔적 부분에 혈종(피멍)이 아직 남아 있다. 이 골절은 낙상 등 알 수 없는 이유로 심한 충격을 받았으며 일정 시간 동안 음식을 섭취하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대장 내에 남은 분변이 남아 있어 사망 하루·이틀 전까지 식사를 한 것으로 신 교수는 말했다.

연구진은 채취한 분변 샘플에서 편충란이 발견돼 미라가 생존 당시 편충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미라의 분량은 기존 발견됐던 것보다 많아 음식물 성분 분석을 통해 당시 음식물 섭취 양상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게 됐다.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는 “조선시대 미라는 대부분 기생충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난다”며 “1971년에 유행한 기생충과 흡사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미식 서울여대 의류학과 교수는 “최경선 미라에서 36점의 복식을 수습했다”며 “특히 머리에 쓴 망건은 구슬을 이용해 머리카락을 고정했는데 남자들의 머리 형태, 상투 관리 방식에 대한 자료를 확보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신 교수는 5일 서울대병원 제1교수회의실에서 학제 연구에 참여한 연구자들과 문중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조선중기 최경선 선생 묘 출토 유해 및 유물 연구에 대한 중간 보고회’를 열어 “최 선생의 미라는 DNA 등 앞으로 2년 정도 연구를 지속해야 종합적인 최종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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