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철절 정오 12시에 태백산 정상 제천단에서 천제를 드린단. ⓒ천지일보(뉴스천지)

 

개천절, 광명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라는 의미 내포
원구단, 하늘에 제사를 드리기 위해 세운 제천단

나라마다 어느 한 날을 정해 건국 혹은 독립 등 국가적 경사를 축하하기 위해 법으로 정한 국경일이 있다. 미국은 1776년 7월 4일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겠다고 선언한 날을 기념해 매년 7월 4일을 독립기념일(Independence Day)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캐나다는 1876년 7월 1일 영국으로부터 자치권을 넘겨받은 날을 기념하기 위해 매년 7월 1일을 캐나다 데이(Canada Day)로 정해 국경일로 지키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삼일절(3월 1일), 제헌절(7월 17일), 광복절(8월 15일), 개천절(10월 3일)을 법으로 정해 4대 국경일로 지키고 있다. 이 중에서 여느 나라와는 다른 특별한 국경일이 하나 있으니 바로 개천절이다.

‘하늘이 열린 날.’ 개천절(開天節)이라는 글자를 풀어보면 이렇다. 개천절은 BC 2333년 10월 3일 단군이 왕검성에 도읍을 정하고 나라 이름을 조선(朝鮮)이라 짓고 즉위한 날을 기념하는 날이다. 본래는 환웅이 처음으로 하늘을 열고 백두산 신단수 아래로 내려와 홍익인간·이화세계의 뜻을 펼치기 시작한 날, 즉 ‘개천’을 기념하는 것이었다.

개천절은 북한 또한 휴식일로 정해 지키고 있으며, 원래는 음력 10월 3일이었으나 우리나라는 1949년부터 양력 10월 3일로 책정돼 시행해오고 있다.

나라마다 건국에 얽힌 이야기가 존재하고, 건국을 기념하는 날이 있겠지만 우리나라처럼 건국을 ‘하늘이 열린 날’로 뜻하는 곳은 없다. 그렇다면 왜 건국을 ‘하늘이 열렸다’는 의미의 개천(開天)이라 하였는가.

◆開天, 홍익인간·이화세계정신 담겨
조선 중종 15년 이맥(李陌)이 찬술(撰述)한 <태백일사>의 ‘신시본기’에는 성인을 보내 세상을 다스리는 것이 ‘개천(開天)’이라고 기록돼 있다.

하늘의 뜻을 밝혀 역사의 새 시대를 열어줌으로써 능히 만물의 질서를 창조할 수 있게 되는데 이것이 곧 이 세상이 하늘의 뜻과 부합돼 일체가 된다는 것이다.

개천절에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음에 가지고 있는 사랑의 마음, 즉 하늘의 마음과 하나 돼 온 세상을 이롭게 하라는 단군의 홍익인간·이화세계정신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개천’에는 단순히 나라를 세우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늘의 뜻을 따라 인간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대단히 큰 의미가 내포돼 있다.

그렇지만 천손민족, 배달민족으로서의 가치와 의미, 환인·환웅을 비롯한 단군왕검의 이야기가 일제에 의해 역사적 사실이 아닌 신화로 둔갑해 한민족의 역사는 뿌리째 단절, 왜곡돼 조선의 역사가 일본보다 짧아지게 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개천절이 시작된 것은 국조단군을 모시는 대종교에서 1900년 1월 15일 교문(敎門)을 다시 열면서 단군이 조선을 건국했음을 기리는 날로 정해 경하식을 거행하는데서 비롯됐다. 개천절이 경축일로 제정된 것은 1909년 중창(重創)된 나철의 대종교에 의해서이다. 이는 상해대한민국임시정부에서도 그대로 이어졌으며, 8·15해방 후에도 이를 계승해 개천절을 국경일로 공식 제정, 해마다 기념하고 있다.

 

▲ 원구단 정문.ⓒ천지일보(뉴스천지)

 

◆배달국, 천손민족으로서의 자긍심
한민족 기원의 역사를 단군조선과 그 이전 환웅의 신시배달로 보는 두 가지 견해가 있다. 환웅은 태백산(지금의 백두산) 신단수 아래 도읍을 정하고 신시(神市)에 배달(倍達)이라는 국호로 나라를 개국했다. 이때 환웅은 하늘에 천제를 드리며 나라를 개국하는데, 이날을 10월 3일 개천절로 보기도 한다. 신시배달은 홍익인간(弘益人間), 재세이화(在世理化), 광명개천(光明開天)의 3대 정신으로 백성들을 교화하며 1565년간 지속됐고, 이 배달국을 진정한 한민족사의 기원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학자들의 견해를 떠나 중요한 것은 환웅의 신시배달국이나 단군조선의 건국이념 모두 세상과 인간을 두루 이롭게 하는 ‘광명(光明)’ 즉 빛의 역할을 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한 스스로를 천손(天孫), 즉 인류 시원문명국가인 환국시대의 정통전신을 계승한 장자로서의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하늘에 제사를 올리는 천제의식을 통해 감사를 드리고, 신의 뜻대로 인간을 다스려왔다. 이것을 이신설교(以神說敎), 줄여서 ‘신교’라 부르는데 배달국 시대에는 신교나 배달도라 불렀으며 고조선 때는 풍류도라 했다. 이를 두고 최치원은 화랑의 유래를 밝힌 ‘난랑비서문’에서 ‘우리 민족이 닦아온 현묘한 도는 유불선 삼교정신을 모두 포함하는 풍류다’라고 했다.

 

▲원구단 부속건물인 환궁우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손 민족의 상징 ‘원구단’  
개천절과 천제의식이라고 하면 약방에 감초처럼 따라 나오는 게 있으니 바로 천손 민족의 상징 원구단(?丘壇)이다. 한민족의 시조로 받드는 고조선의 첫 임금인 단군왕검은 천제(天帝)인 환인의 손자이자 환웅의 아들로서 하늘을 향해 제사를 지내며 국태민안을 기원했다. 단군왕검 이후 오랫동안 그 명맥이 끊어졌던 천제를 향한 제사는 고종황제(高宗皇帝) 때 와서 부활하게 된다. 이렇게 고종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세운 것이 바로 원구단(?丘壇)이다.

1967년 7월 15일 사적 제157호로 지정된 원구단은 천자가 하늘에 제사를 드리는 제천단(祭天壇)을 말하는 것으로 일명 원구단(圓丘壇) 또는 줄여서 원단(窩壇)이라고도 한다.

‘원구단 회복’과 ‘천제제천권 회복’에 앞장서고 있는 범민족통일화합운동본부 박영록 총재는 “하늘의 뜻을 받아서 ‘천리(天理)’가 통하는 하늘과 같은 세상을 현 세상에 만들자, 그것이 바로 원구단에서 천제를 지내면서 바랐던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상에서 본 것처럼 개천절은 단지 한 나라를 건국했다는 것을 경축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늘의 뜻대로 이 땅에 창설한 나라, 광명(光明)의 나라임을 함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천손의 자손, 제일 먼저 하늘에 제사 드리던 민족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하늘이 열린 날. 하늘의 뜻대로 이 땅에 건국된 나라이자 천손이 사는 나라.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국경일 ‘개천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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