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자칭 정통 보수 개신교단인 고신 총회를 취재 중이던 본지 기자가 행사 측 관계자들에 의해 억류돼 카메라를 강탈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번 사건은 범죄 집단에 몰래 들어가 촬영을 한 것도 아니요, 연례행사인 개신교단의 정기총회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참으로 어이없다. 본지 기자는 입구에 신원 확인을 하는 사람이 없어 행사장으로 들어가 여느 행사처럼 취재했을 뿐이다.

기자임을 밝혔음에도 취재 도중 끌려나가 건장한 직원들에 의해 팔이 꺾인 기자는 카메라를 강탈당하는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기자를 억류해 놓고도 당당하게 경찰을 먼저 부른 이도 주최 측이었다. 고신 측 관계자는 얄팍한 법 지식으로 무단침입, 총회행사방해, 초상권 침해 등을 이유로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출동한 경찰은 기자가 연락하고 오지 않은 것은 기자라는 신분의 특성상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으며, 총회 측에서 별도의 신원확인을 하지 않았음을 들어 무단침입의 사유가 되지 않음을 밝히고 돌아갔다. 당연히 열려 있는 행사장에서 취재 중이었다는 것이 총회행사방해 사유가 될 수 없었다. 고신 측 관계자는 강탈한 카메라를 경찰이 출동한 뒤에야 돌려줬다.

경찰이 돌아간 뒤에도, 기자는 초상권 침해 운운하며 길을 막는 행사관계자들로 인해 사진파일을 삭제한 다음에야 행사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개신교단에서 타 교단을 이단시하는 일은 흔히 있는 일이다. 겉으로는 사랑을 외치지만, 속으로는 그들이 인정하거나 소속된 교단 외에는 모두 이단시하고 경계하는 것이 개신교의 실태다. 그런 실태에 비추어보면 이번 사태가 그들로서는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처음 기자의 신원확인에 나선 이는 총회에 참석 중이던 모 기독교단지의 편집국장이었다. 고신 측과 기독언론 관계자가 하나 돼, 범종교를 다루는 천지일보 기자를 간첩이나 된 듯 경계하고 몰아붙였다. 그들은 자신들과 사전에 얘기된 기자가 아니라며 취재 중인 기자를 억류함으로써, 얼마나 폐쇄적인 교단인지를 스스로 보여주었다.

공개된 정기총회에 새로운 기자가 왔다고 해서, 그토록 경계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들만의 비밀회동이 들킨 듯한 과민반응은 그들이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궁금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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