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일루전’ 연습사진. (제공: 티위스컴퍼니)
연극 ‘일루전’ 연습사진. (제공: 티위스컴퍼니)

 

러시아 극작가 이반 비리파예프의 국내초연작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무대에 등장한 4명의 배우. 서구 시민사회의 전형적인 인물인 이들은 결혼한 두 커플, 우정으로 일생을 산 ‘알버트’와 ‘마가렛’ 그리고 ‘데니’와 ‘산드라’다. 각각 여든 살이 넘어서 세상을 떠나기 전에 이들은 다른 커플의 상대를 사랑했노라고 고백한다. 고백으로 인한 혼란 덕분에 과거 아름다웠던 시절의 추억과 사랑이 실제였는지 아니면 환상이었는지를 알 수가 없다.

연극 ‘일루전’의 줄거리다. 극단 퍼포먼스 온(대표 및 연출 남상식)은 오는 27일부터 11월 4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눈빛극장에서 러시아의 극작가 이반 비리파예프의 연극 ‘일루전’을 국내 초연으로 선 보인다.

2006년에 발표된 작품은 2011년 모스크바 프락티카 씨어터에서 작가의 연출로 초연됐으며 이후 유럽 각지에서 공연돼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 작품은 비리파에프의 다른 작품처럼 흔히 그런 것처럼 현대인의 사랑을 주제로 우리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꿈, 고독, 희망과 좌절 그리고 인간관계와 상황의 아이러니를 정교하고도 상징적인 필치로 그린다.

‘일루전’에 담겨있는 사랑 이야기, 사랑에 대한 질문과 행동은 우리 시대 사랑의 실체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나아가 그 속에서는 현대인의 삶과 (무)의식에 대한 매우 흥미로운 사색을 전개한다.

무대의 상황은 사라져 묻혀가는 삶이 드러나며 현재와 공존하는 상황을 그리며, 그런 표현은 4명의 해설자·인물을 통해 이뤄진다.

이른바 신서사극의 형식을 띠고 있는 이 작품의 대사는 낭독 대본처럼 돼 있으며 해설과 대사는 혼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즉 등장인물이 모두 해설자다. 이 작품은 섬세한 재현과 연극주의의 창의적 미장센이 공존하는 매력을 가지며 그 속에서 아이러니와 비극의 중첩이 자유롭게 전개된다.

공연의 형식을 결정하는 또 하나 부분적이지만 중요한 요소는 노래(음악)다. 전통적인 서사극이 노래극에서 연유한 것은 주지하는 사실이거니와 이 공연에서 노래는 영상과 함께 분리된 요소의 몽타주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남상식 연출은 신서사극이라 이름붙일 수 있는 이 작품을 다양한 표현방법을 사용해 연극의 새로운 표현을 만들어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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