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충청남도 논산에서 도난당한 ‘익안대군 영정’의 반환식이 열린 가운데 정진희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이 초상화의 특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천지일보 2018.10.10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충청남도 논산에서 도난당한 ‘익안대군 영정’의 반환식이 열린 가운데 정진희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이 초상화의 특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천지일보 2018.10.10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고려 말에서 조선 초 공신 초상화의 형식을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10일 정진희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은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익안대군 영정(현재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329호)’ 1점에 대한 반환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익안대군은 태조 이성계의 3째 아들로 어머니는 신의왕후 한씨다. 익안대군의 이름은 ‘방의’이다. 1392년 이성계가 조선의 임금으로 즉위하자 이방의는 익안군으로 봉해졌다. 공개된 영정의 우측 묵서는 그림의 인물이 익안대군임을 나타내는 ‘익안대군 유상’이라는 문구가 기록돼 있다.

◆역사성 반영하는 초상화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익안대군은 성질이 온후하고 화미(華美)한 것을 일삼지 아니했고 손님이 이르면 술자리를 베풀어 문득 취해도 시사는 말하지 아니했다고 한다. 즉, 본성이 검소하고 과묵한 인물이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공개된 초상화에서 익안대군은 왼쪽을 바라보며 의자에 앉아 있는 우안구분면을 취하고 있다. 전신좌상의 모습인데, 얼굴은 갈색선으로 윤곽을 잡고 그 내부를 엷은 피부색으로 채색하고 있다. 높이가 낮은 검은 사모를 쓰고 담홍빛 공복을 입고 두 손은 마주잡은 공수의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흑화를 신은 발은 족좌대에 올려진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바닥에는 돗자리 등이 깔려 있지 않다. 또 끈이 묶여있는 교의자는 등받이와 팔걸이가 보인다.

공개된 태조 이성계의 셋째아들인 익안대군의 영정 ⓒ천지일보 2018.10.10
공개된 태조 이성계의 셋째아들인 익안대군의 영정 ⓒ천지일보 2018.10.10

초상화는 조선 전기의 공신 초상화의 특징을 반영하고 있어 역사적으로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정 문화재감정위원은 “초상화는 인물의 자세로 전신상과 반신상으로 구분하는데 전신상을 주로 그렸던 조선 전기에 비해 반신상은 조선후기 초상화에 많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적인 표현기법은 음양법이 사용되지 않은 선묘위주로 얼굴과 의습(옷의 주름)을 표현하고 있다”며 “익안대군이 입고 있는 복식과 단순하게 표현된 배경, 끈이 묶인 교의자의 모습도 조선 초기의 공신초상의 형식을 보이는 특징으로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유사한 작품은 광주 박물관에 소장된 조선전기 개국공신인 이천우 초상화다. 이천우와 익안대군은 종형제(사촌 관계인 형과 아우) 사이였다.

흔히 조선시대 그려진 대부분의 초상화는 본떠 그리는 대상이 되는 원본을 똑같이 옮겨 그리고 있다. 하지만 이 그림과 같이 모본의 형상을 변용해 그린 작품도 존재한다. 따라서 본 초상화는 이전에 있던 조선전기 작품의 특징을 나타내는 초상이 손상됨에 따라 이를 본 떠 충실하게 그린 ‘이모본(移摸本)’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정 문화재감정위원은 “조선 후기 초상화 가운데 조선 전기의 도상을 찾을 수 있는 작품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고려 말에서 조선 초 공신초상화의 형식을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고 설명했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이 전주이씨 종중에 익안대군의 영정을 전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10
정재숙 문화재청장이 전주이씨 이석희 종회장에게 익안대군의 영정을 전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10

◆왜 도난당했나

문화재청 한상진 사범단속반장에 따르면, 해당 문화재는 본래 충청남도 논산 전주이씨 종중이 영정각 내에 모시고 있다가 도난당했다.

절도범으로부터 장물(영정)을 산 브로커가 일본으로 밀반출한 후 다시 구입하는 수법으로 위장돼 국내로 반입됐다. 이후 익안대군 영정에 대한 도난 경위가 세상에 드러났다.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은 영정이 국내에서 숨겨져 있다는 첩보를 지난해 입수했다. 이후 1년간 지속적으로 소지자를 설득 및 회유를 통해 도난된 익안대군 영정을 18년만에 회수하게 됐다.

반환식에서 전주이씨 이석희 종회장은 “종친의 보물인 영정 관리를 소홀하고 분실해서 후대에 다시는 영정을 볼 수 없는 처지에 놓였었다. 조상과 후손에게 큰 죄를 짓는 상황이었다”며 가슴이 애타던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 “지난 9월 영정을 찾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렵게 찾은 그 은혜에 보답하고자 익안대군 영정을 다시는 잃어버리지 않게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지킬 것”이라고 덧붙엿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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