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지난 2일 국립극장에서 윤선도의 ‘어부사시사’를 연주해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 작품은 시조 ‘어부사시사’를 성악곡 칸타타를 접목해 한류의 고급화를 꾀할 수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 국립극장)

뱃노래의 선율을 현대적으로 재해석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완도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이면 보길도에 닿는다. 이곳에서 고산 윤선도(1587~1671)는 보길도의 어촌 4계절을 연시조 ‘어부사시사’에 고스란히 담았다. 그리고 약 360년이 흐른 지금 시조 ‘어부사시사’는 서양음악과 만나 그때 그 시절의 어촌의 모습을 생생히 들려주고 있다.

지난 2일 국립극장에서 울려 퍼진 ‘어부사시사’는 국악 현악기를 고집하지 않고 서양 현악기와 함께 어우러졌다. 성악곡의 ‘칸타타’를 접목해 어촌 4계절이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졌다. 또한 어부들이 배를 띄우고 노를 젓는 광경을 창과 성악으로 남도 뱃노래, 거문도 뱃노래 등의 선율을 표현했다.

‘어부사시사’는 4계절을 각각 10연을 한 장으로 해 40수의 시조로 구성됐다. 첫 연부터 순차적으로 ‘배 떠라’ ‘닻 들어라’ ‘돛 달아라’ 등 고기잡이가 진행되는 과정을 소리로 넣어 음악적인 운율을 지니고 있다.

임준희 작곡가는 “전통 정가의 선율을 성악 선율에 넣었으며 우리나라 각 지방에서 불렀던 ‘뱃노래’와 ‘배따라기’ 노래와 같은 민요를 합창과 관현악으로 표현했다”며 “특히 ‘거문도 뱃노래’와 ‘남도 뱃노래’ ‘경기 뱃노래’ 등의 선율 윤곽과 리듬적 아이디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부작으로 이뤄진 작품은 각 부마다 성악 선율의 가사 또는 기악적 이미지를 사용해 작곡됐다. 각 부는 3~6악장으로 구성돼 총 16곡으로 이뤄졌으며, 각각의 곡은 기·승·전·결로 전개된다. 시조는 관현악을 위한 기악적 서주, 독창과 실내악, 중창 또는 합창 등 칸타타 형식으로 자리 잡았다.

작품은 봄·여름·가을·겨울을 각각 ‘생명의 찬미’ ‘삶의 흥취’ ‘가을의 정경’ ‘자연과 인간의 동화’라고 표현했다.

탁계석 음악평론가는 “칸타타를 접목한 ‘어부사시사’는 앞으로 국악과 양악의 융합을 통해 한류의 고급화를 꾀할 수 있는 훌륭한 작품”이라며 “‘어부사시사’가 국어시간에만 배울 수 있는 작품이 아니라 음악으로 들을 수 있게 되면 학생들이 작품을 친근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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