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돌리기’ 투자주의 요구
상폐기업 “충분한 소명 줘야”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상장폐지를 앞둔 종목이 정리매매 기간 중 손실률이 최근 3년간 90%대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자진 상장폐지 결정 이외의 사유로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상장 폐지된 기업은 모두 31개사(코스피 7개사, 코스닥 24개사)로 집계됐다. 이들 기업의 상장폐지 이유는 외부감사인으로부터 비적정 의견(한정·부적정·의견거절)을 받거나 자본잠식 등 다른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 거래소 심사를 거쳐 퇴출당한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의 정리매매 직전 주가와 정리매매 종료일 종가를 비교한 결과 31개사 모두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평균 하락률은 90.21%에 달했다. 일부 종목은 정리매매 초중반에는 급등했다가 막판에 큰 폭으로 떨어져 최종적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다.

이는 정리매매 종목의 일시적 급등세에 자칫 시세차익을 보겠다고 손을 댔다가는 큰 손해를 볼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정리매매는 상장폐지가 결정된 종목의 투자자가 보유주식을 처분할 수 있도록 일정 시간(7거래일)을 부여하는 제도다. 특히 정리매매 기간에는 상·하한 30%의 가격제한폭 규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주가 급등락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초단타 매매로 차익을 노리는 투기성 거래가 자주 일어나고 시세조종을 하는 소위 ‘작전세력’이 개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에 투자업계에서는 정리매매에 들어간 종목을 매매하는 것은 일종의 ‘폭탄 돌리기’라 큰 손실을 떠안는 경우가 많다고 경고한다.

한편 앞서 한국거래소는 최근 넥스지, C&S자산관리, 에프티이앤이, 감마누, 지디, 우성아이비, 트레이스, 레이젠, 위너지스, 모다, 파티게임즈 등 11개 코스닥 기업의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 이들 종목의 상장폐지 이유는 2017년 감사보고서에서 외부감사인으로부터 범위제한 등에 따른 ‘의견거절’을 받고나서 개선 기간 이후에도 재감사 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의 경영진과 주주는 지난달 26일 한국거래소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고 상장폐지 심사대상 기업의 충분한 소명 기회 없이 거래소가 일방적으로 상장폐지 절차를 진행하는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기업은 코스닥 상장규정 개정으로 올해부터 외부 회계감사에 도입된 디지털 포렌식(각종 저장 매체와 인터넷상의 디지털 정보를 분석하는 조사기법) 때문에 재감사가 늦어지게 된 점을 고려하지 않은 채 거래소가 일방적으로 상장폐지 절차를 진행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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