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육아휴직.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남성육아휴직.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직 각오하라’ 얘기 듣기도”

男육아휴직자 전년대비 52%↑

女육아휴직자 비해 1/10 수준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김수희 인턴기자] #1. 직장 생활 3년 차인 한다준(30대, 남) 대리는 작년에 ‘아빠’가 됐다. 올해 초 아내의 육아휴직이 끝날 무렵 한 대리는 회사에서 남성의 육아휴직도 가능하다는 말에 신청을 했다. 하지만 주변 동기들은 “육아휴직 후 (한씨의) 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다” “이직을 각오하고 육아휴직 신청해야 한다” 등의 말로 한 대리를 만류했고, 결국 한 대리는 신청했던 육아휴직을 포기해야 했다.

#2. 중소기업에 다니는 박강준(가명, 36, 남) 과장은 6개월 전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했다. 아내가 노산으로 둘째 아이를 낳으면서 건강이 나빠져 병원에 입원하게 됐고, 3살 된 첫째 아들과 갓 태어난 둘째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해지면서 박 과장은 1년 육아휴직을 신청을 했다. 하지만 육아휴직 3~4개월 지나고 나니 회사에서는 아내의 건강을 물어보며 복귀 여부를 확인했다. 회사를 다니고 있는 동기에게 연락을 하니 “(박 과장) 육아휴직 후 위에서 말이 많았다. 1년이나 과장 자리를 공석으로 둘 수 없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했다. 결국 박 과장은 육아휴직 6개월 만에 회사로 복귀할 수밖에 없었다.

고용노동부에서 육아휴직 급여를 높이는 등 육아휴직 지원 제도를 확충하고 있는 가운데 현장에서는 여전히 남성 육아휴직자를 보기 힘들고, 주변에서 휴직을 만류하거나 남성 육아휴직자가 회사의 눈치를 보게 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27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근처에서 만난 이민수(가명, 30대, 남)씨는 동료가 육아휴직 이후 3개월만에 복직했다고 말하며 당시 반기지 않았던 중견기업 사내 분위기를 떠올렸다.

이씨는 “당시 동료의 첫째아이는 친정에서 봐주셨고 둘째아이는 아내가 1년 동안 육아휴직을 해 보살폈다”며 “아내에 이어 동료가 1년간 육아휴직을 하려고 했지만 회사 눈치를 보느라 3개월 밖에 못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박우진(가명, 40대, 남)씨는 “남성 육아휴직이 필요하면 해야 되겠지만 회사 분위기상 쉽지 않다”며 “주변에도 하는 사람을 못 봤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는 홍진우(가명, 30대, 남)씨도 “주변에서 남자가 육아휴직을 하는 경우는 거의 못 봤다”며 “딱 1명 봤는데 원래 그만둘 생각이 있던 분이어서 6개월 육아 휴직 후 퇴사했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낮은 직급’도 남성 육아휴직자가 적은 이유로 꼽혔다.

중소기업 과장인 최동석(가명, 40대, 남)씨는 “육아휴직을 고려하는 연령대가 30대 초~중반이고 직급이 낮은 주임 또는 대리급의 근로자”라며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상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정책적으로는 남성, 여성을 통틀어서 육아휴직을 장려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성만을 고려하는 분위기”라며 “남성 육아휴직에 대해선 꺼려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수치상으로 남성 육아휴직자의 비율은 늘었지만 남성 근로자들이 현장에서 이를 느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이 26일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육아휴직을 쓴 남성 근로자는 1만 4735명으로 지난 2016년 9681명에 비해 5054명(52.2%) 증가했다. 2017년 여성 육아휴직자가 10만 4293명인 것에 비하면 남성 육아휴직자는 1/10 수준으로 현저히 적었다.

한편 이와 관련해 장상민 고용노동부 여성고용정책과 주무관은 “공공기관에 비해 민간 사업장에서는 아직까지 불이익이 있다고 들었다”면서 “이러한 부분은 ‘스마트 근로감독’을 통해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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