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출처: 뉴시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사우디 아라비아 당국이 저명한 이슬람 성직자 세명에 대한 사형을 추진하면서 왕가와 성직자간 동맹으로 이뤄진 사우디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사우디 검찰은 반역 음모, 테러 선동 등 수십가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인 이들 성직자에 대해 사형 구형을 준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수니파 성직자인 살만 알-오다와 이슬람 신학자 아와드 알-카르니, TV 이슬람 설교사인 알리 알-오마리는 사우디에서 가장 유명하고 인기있는 성직자로 꼽힌다.

이들은 1년 전 사우디 정부의 반(反) 카타르 조치를 지지하지 않은 성직자들에 대한 일제단속 과정에서 체포됐다.

사우디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들이 테러조직에 소속돼 있어 사회적 위험을 조성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기소는 지난해 6월 돈세탁, 뇌물 등 부패 혐의로 왕자들과 전·현직 장관, 재벌 등을 무더기로 전격 체포해 재산헌납과 충성맹세를 받아낸 실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가장 위험한 권력강화 조치의 하나로 풀이된다.

사우디의 반(反) 성직자 행보는 사우디 체제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어 더욱 주목되고 있다.

그간 사우디에서 이슬람 성직자들이 치외법권 영역에 남겨져 있던 것은 보수적 이슬람 사회에서 가진 영향력과 명성 외에도 사우드 왕가와 맺어진 동맹관계 때문에 가능했다.

사우드 왕가는 왕가가 신봉해온 와하비즘(사우디 건국의 근간이 된 강경 보수성향의 이슬람 원리주의) 성직자들로부터 종교적 정통성을 부여 받고 80년간 안정적인 통치체제를 유지해왔다. 또한 이런 체제는 사우디가 종교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사회가 되는 데도 영향을 줬다.

미국의 친 사우디 연구소인 ‘아라비아재단’ 설립자 알리 시하비는 “이번 재판을 통해 무함마드 왕세자는 성직자들에게 이제 규칙이 바뀌었음을 알려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이스대 베이커연구소의 중동 전문가 짐 크레인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앞으로도 50년간 권좌에 있을 수 있다”면서 “그가 왕위를 받고 모든 책임을 지기 전에 가장 치열한 논쟁을 일으킬 수 있는 변화조치를 준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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