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현진 기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이달부터 경기가 정점을 지나 하락할 위험이 크다고 진단한 것과 달리 정부는 10개월째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기획재정부가 14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9월호’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우리 경제가 수출·소비 중심의 회복세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투자가 조정을 받는 가운데 미·중 무역갈등 심화 등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은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주변의 경기 하락 우려와 달리 정부는 계속해서 작년 12월부터 이어온 회복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그린북 9월호에 따르면 8월 취업자는 1년 전보다 3천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증가폭이 7개월 연속 10만명 전후에 그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실업자는 113만 3천명으로 작년 동월 대비 13만 4천명 증가했고, 실업률은 60대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1년 전보다 상승해 0.4%포인트 오른 4%로 치솟았다.

8월 수출은 전년 같은 달보다 8.7% 증가한 512억 달러로 역대 8월 기준으로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7월 소비는 내구재 화장품 등 비내구재, 의복 등 준내구재, 가전제품 등 내구재 판매가 모두 늘어 전월보다 0.5% 증가했다. 백화점 매출액(2.9%)과 카드 국내승인액(8.8%), 할인점 매출액(2.0%)은 작년 8월보다 모두 증가했다.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1년 전보다 48.7% 늘었지만, 증가율은 전월인 7월(50.2%)보다 둔화했다.

7월 설비투자는 전월보다 0.6% 줄며 5개월 연속 내리막을 걸었다. 건설투자는 건축과 토목 공사실적이 모두 줄면서 전월보다 0.1% 줄었다.

8월 주택시장은 서울을 중심으로 매매가격이 상승했지만, 전셋값의 하락세는 지속됐다.

정부는 세계 경제 개선, 수출 호조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고용 상황이 미흡한 가운데 미·중 무역갈등 지속, 미국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국제유가 상승 등은 위험요인으로 내다봤다.

정부의 이 같은 평가에 대체로 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우뚱 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우리 경제가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는지는 의문이 든다. 이는 일반 국민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라며 “현재 내수가 워낙 좋지 않다. 정부가 노동시장에 개입하는 정책이 많다보니 단기적으로만 본다면 내수 회복을 더디게 하는 요소가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면 고용시장은 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는지 모르겠다. 현 시점에서 한국경제를 회복세로 보는 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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