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9월 14일(현지시간) 사람들이 미국 뉴욕의 리먼 브러더스 본사 앞을 지나가고 있다. 리먼 브러더스는 15일 파산을 신청했다. (출처: 뉴시스)
지난 2008년 9월 14일(현지시간) 사람들이 미국 뉴욕의 리먼 브러더스 본사 앞을 지나가고 있다. 리먼 브러더스는 15일 파산을 신청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10년 전 세계 4위의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금융위기를 촉발했다.

158년 역사를 자랑하는 리먼의 파산으로 이날 하루 동안에만 미국과 유럽은 물론 아시아 등 신흥시장의 증시까지 2~4% 일제히 폭락했다.

월스트리트 발 글로벌 금융 위기는 미국의 서민과 중산층들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리먼이 취급하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은 주로 서민들과 중산층들이 이용하던 담보대출이었기 때문이다.

금융 충격을 이기지 못한 기업들은 줄줄이 무너졌으며 일자리 880만개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부동산 거품 붕괴와 투자 손실로 가계 자산은 19조 2000억 달러가 증발했다.

오는 15일은 리먼이 파산한 지 10년째 되는 날이다. 리먼 사태에 대해 여전히 다양한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정치적 판단이 리먼의 파산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고 뉴시스가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경제학자인 로렌스 M. 볼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리먼 파산의 결정적 요인이 ‘정치’라고 주장한다.

2008년 위기를 겪은 금융회사들은 리먼 하나만 있는 게 아니었다. 베어스턴스, AIG 등도 위기를 겪었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긴급 대출을 결정했다.

리먼 역시 파산 직전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 헨리 폴슨 재무장관, 티머시 가이트너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 등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버냉키, 폴슨, 가이트너 세 사람은 리먼이 살아남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볼 교수는 주장했다.

리먼 파산이 금융 시스템과 경제에 미칠 심각한 피해를 예상하지 못한 채 리먼 구제에 뒤따를 격렬한 비난을 견디기 두려워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폴슨은 2008년 3월 베어스턴스에 대한 연준 지원 결정이 여론의 반발을 산 것을 두고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볼 교수는 “2008년 사건은 미국 역사상 마지막 금융위기가 아니다. 조만간 또 다른 주요 금융기관이 곤경에 처할 수 있고, 정책 결정권자들은 구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연준은 2008년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이 같은 주장은 현재 각종 금융을 포함한 경제 분야에서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우려와 이어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터키 등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무역전쟁을 넘어 ‘더 위험한’ 금융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존 미국은 해외 금융위기를 억제하는 것이 자국의 이익에도 부합하다는 기조를 유지해왔다. 이에 1982년, 1995년 멕시코를 지원했고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에는 구제통화기금(IMF)와 공조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에 와서 미국은 정치적 이유를 들어 특정 국가들의 경제를 공격하고 있다. 북한, 이란 등을 고립시키고 러시아 스파이 독살 사건을 계기로 러시아에 제재 조치를 취했다.

이 때문에 당장 세계적 경제 위기가 불거지지는 않겠지만 다른 나라의 경제적 어려움이 자국의 이익으로 이어질 것이라 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은 다른 국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WSJ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자국 인권을 비판한 캐나다에 대해 무역 보복 조치를 취했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와 무관하지 않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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