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예진 기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추가 배치가 이뤄진 지 1주년을 즈음해 성주 소성리 주민 등이 8일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며 가두시위를 벌이고 있다. ⓒ천지일보 2018.9.8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추가 배치가 이뤄진 지 1주년을 즈음해 성주 소성리 주민 등이 8일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며 가두시위를 벌이고 있다. ⓒ천지일보 2018.9.8

경복궁역서 청와대 앞까지 행진

전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면담

“애물단지 된 사드, 이제는 없애야”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대통령님, 우리가 어릴 때 들었던 이야기가 있소. 마을의 액을 없애려고 이무기에게 여자애를 잡아 바쳤다는데 소성리가 그 여자애 같소. 대통령 선거 때는 사드 빼고 좋은 나라 만들자고 해서 표를 찍었소. 그런데 경찰들 몰고 와서 늙은이들을 끌어내고 저 애물단지 사드를 또 밀어 넣었소. 그렇다고 우리는 앉아서 보고만 있지 않을거요. 날마다 기도하고 날마다 나가서 싸울거요.”

경북 성주군 소성리에서 올라온 차옥자(여)씨는 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열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빼고 새로운 평화의 시대로, 문재인 정부는 응답하라’ 집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글 낭독을 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집회는 소성리사드철회 성주주민대책위원회,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원회,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 등이 공동 주최했고 성주·김천 주민들도 함께 올라와 참여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가 경북 성주군 소성리에 사드 발사대를 추가로 배치한 지 1년을 맞아 지난 6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진행했고, 전날에는 이용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면담을 가지기도 했다.

주민들은 ‘사드 가동 중단하라 사드 들고 나가라’ ‘김천에 사람이 살고 있다’ ‘북핵 위협 사라졌다 불법 사드 철거하라’ 등이 적힌 현수막을 들고 “사드공사 중단하라” “사드가고 평화오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경복궁역에서 청와대 분수대 앞까지 진행한 거리행진으로 집회를 시작했다.

주민들의 머리에는 ‘NO 사드’ ‘아이들이 자라는 땅’ 등이 적혀 있는 밀짚모자가 올려져 있었고, 손에는 북을 들거나 ‘사드뽑고 평화심자’가 적힌 손 피켓을 들고 있었다.

밀짚모자를 쓴 나이가 지긋한 할머니들도 맨 앞에 서서 목에 핏대를 세우고 구호를 외쳤다.

소성리 종합 상황실 대변인인 강현욱 원불교 교무는 지난 6~8일에 있었던 농성과 전날 이 수석과 가졌던 면담에 대해 보고했다. 그는 “이 수석은 작년 9월 7일 이후 한반도에 정세가 크게 변한 것이 없어 문 대통령의 입장도 변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며 “문 대통령은 외교를 통해 사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으니 신뢰해주길 바란다”고 이 수석과의 면담 내용을 전했다.

이어 강 교무는 “우리가 화난 것은 정상회담을 통해 평화를 외치면서도 사드에 대한 구체적인 대답이 없기 때문”이라며 “지난 1년 동안 사드 철회를 외쳐온 성주·김천 주민들의 목소리에 구체적인 답을 달라”고 촉구했다.

김대성 김천시민대책위공동위원장도 여는 발언에서 “북한은 핵을 폐기하겠다고 말한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때문에 사드를 설치한다는 명분이 사라졌으니 이제는 철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주에서 올라와 집회에 참석한 김훈종(가명, 60대, 남)씨는 “사드 배치는 민주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문제”라며 “이 문제는 주민들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 문제다. 사드 철회를 통해 미국으로부터 우리 국민들의 자존감을 높여야 한다”고 토로했다.

행진 맨 앞에서 걸었던 도금연(85, 여, 경북 성주군)씨는 “1년 전 사드를 우리 동네에 설치한다고 했을 때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왔다”며 “서울까지 올라와 집회를 한 것이 벌써 몇 번째다. 우리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정부에서는 답이 없으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일본 오키나와에서 미군기지 반대 활동을 하는 우에마 요시코 활동가와 김정욱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사무국장 등이 참석해 연대 발언을 했다.

이들은 ‘평화 정세 역행하는 사드 배치’ ‘주민 일상 파괴하는 불법 사드’가 적혀있는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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