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전방위 문학가인 장정일 작가의 독서일기에는 마음을 설레게 하는 ‘특별함’이 가득 녹아 있다.

작가는 60세가 될 때까지 20여 권이 넘는 독서일기를 내는 것이 포부였다고 고백한다. 그래서일까. 나름의 신념이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일반 서평과는 상당히 다르게 느껴진다. 작가 스스로도 ‘그냥 일기’에 불과하다고 할 정도로 자유로운 호흡이 군데군데에서 배어나온다.

이번 일기에서도 작가는 장르를 가리지 않는 다독을 자랑하고 있다. 총 4부로 나눠진 일기글 중엔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곱씹어 볼 만한 책 내용도 상당수 있다.

1부에서 작가는 야마무라 오사무가 쓴 <천천히 읽기를 권함>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한다. 이 책은 ‘더 빨리’를 외치는 사회현상 속에서 독서마저 속도를 강요당하는 책 문화를 날카롭게 꼬집고 있다. 작가는 “책을 빨리 읽고자 덤비는 사람은 효율과 생산이라는 현대적 방식의 삶에 적응하고 있는 것이고, 느리게 읽겠다고 다짐하는 사람은 효율과 생산 너머의 무엇엔가 몰두하는 사람일 테다”고 적는다.

그러면서 작가는 필요에 따라 책을 읽는 독서가일수록 통독을 하지 않는다고 진단한다.

작가 특유의 신랄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작가는 이명박 대통령의 자서전 <신화는 없다>를 가장 열심히 읽어야 하는 사람은 바로 이 자서전의 주인공이라고 지적한다. 교훈적이면서 원칙적으로 쓰인 책의 지시대로 정국을 꾸려가라는 암묵적인 권고도 함께한다.

요즘 가장 잘나간다는 베스트셀러 작가 신경숙 씨의 글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한다. 작가는 신 씨의 글이 ‘2류’에 불과하다고 꼬집으며, 베스트셀러에 편승하는 세대를 비웃는다.

이번 일기는 작가의 진보적 관점이 많이 수록돼 있다. 때문에 스스로 오른쪽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목 넘김이 껄끄러울 수도 있다. ‘좌다 우다’를 놓고 따지면서 책을 외면해도 상관은 없지만, 작가의 방대한 지식에 한 번쯤 푹 빠져 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장정일 지음 / 마티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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