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세상에서 가장 흔하지만 동시에 가장 아름다운 주제가 사랑이다. 책은 ‘가짜 사랑’이 늦가을 낙엽처럼 쓸려 다니다 자멸하는 세상 속에서 간절한 사랑들을 길어 올린다.

작가는 “사랑을 한마디로 정의내리기 어렵지만, 사랑이 있어 우리 삶이 살만하다”고 전한다. 오래도록 가슴을 울릴 수 있는 절절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찾아 헤맸다는 저자는 평범한 사랑이 가장 어렵고, 그래서 가장 아름답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감성적인 시어로 가득 찬 문장에 애잔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녹여낸다. 그의 말은 솔직하고 담백하다.

사랑하기 때문에 그 사람을 가만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캐서린 햅번, 60여 년을 함께 살고도 여든둘의 아내에게 다시금 애타는 빈자리가 생겼다고 고백하는 앙드레 고르, 평생을 처음처럼 살아간 박수근 부부의 먹먹한 사랑 이야기가 잔잔하게 펼쳐진다.

공리주의 윤리학을 집대성한 존 스튜어트 밀과 그의 부인 해리엇의 이야기는 유명하다. 어느날 밀은 초대를 받아 곳에서 해리엇을 만난다. 밀은 물론 해리엇도 서로 깊은 감정을 느끼지만 둘은 이어질 수 없었다. 해리엇이 밀의 친구인 존 테일러의 부인이자 이미 둘 사이에 두 아이를 뒀기 때문이다.

밀의 사랑이 알려지고 나서 모두가 밀을 말렸다. 자신들이 로맨스라고 외쳐도 결국은 ‘불륜’이라는 검은색으로 착상될 수밖에 없는 사랑이었기 때문이었다. 해리엇의 남편 존 역시 이들의 사랑을 막았다. 그러나 정신적인 숭고함이 깃든 그들의 사랑을 결국 간접적으로나마 인정했고, 밀이 집을 방문하면 존이 자리를 피해주기까지 한다. 남편은 부인을 믿었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밀과 해리엇은 20년 간 서로를 사랑하면서 정신적인 교감만을 나눴다. 절제를 통해 밀은 철저하게 지켜야 할 선을 넘지 않았다.

이후 존이 암으로 죽고 나서 해리엇과 결혼할 때까지 밀은 ‘만족한 돼지보다 불만족한 소크라테스가 낫다’고 한 자신의 말을 그대로 지켜냈다. 둘은 결혼하고도 여전히 철학적인 대화를 이어가면서 진솔한 사랑을 나눈다. 그러나 폐렴 때문에 해리엇이 결혼한 지 8년만에 세상을 뜨고 만다. 둘의 사랑은 오랜 기다림 속에 짧은 달콤함이었다.

저자는 말한다.

“아무리 위대한 철학자라도, 성인이라도 자신이 뱉은 말과 글처럼 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무리 질적인 쾌락이 중요하다해도, 사랑하는 사람을 20년 동안 바라만 본다는 것은 살인적인 인내심을 요구하는 일이다.”

밀도 말한다.

“나는 지금까지 욕망을 채우려고 힘쓰기보다, 오히려 그것을 제한함으로써 행복을 찾는 것을 배웠다”

사랑은 집착이나 욕망이 아닌, 절제와 배려다. 그 명백한 ‘공리’를 달성할 때 사랑은 가장 아름다워 질 것이다.

이명인 지음 / 예담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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