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6일 주민총회 없이 마련된 ‘생곡재활용센터’ 부산시 인수 합의서. (제공: 생곡마을대책위) ⓒ천지일보 2018.9.4
지난 4월 16일 주민총회 없이 마련된 ‘생곡재활용센터’ 부산시 인수 합의서. (제공: 생곡마을대책위) ⓒ천지일보 2018.9.4

‘대표 자격 상실한 합의서, 자체가 위법’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부산시가 강서구 생곡자원재활용센터(재활용센터) 운영권을 위법, 부당한 방법으로 인수하려 시도한다는 의혹이 일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생곡자원재활용센터’는 생곡마을 지역주민들의 피해보상용으로 지난 22년 전에 설치된 시설이다.

최근 부산시가 센터 인수를 진행하면서 기초가 되는 근거자료인 합의서가 법적으로 무효라는 주장이 나와 향후 거센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제의 합의서는 지난 4월 16일 이근희 부산시 기후환경국장과 김선진(78) 재활용센터 대표, 배병문(51) 생곡대책위원장 등이 서명한 ‘부산시 재활용센터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합의서’이다.

부산시는 광역매립장 건설 당시인 1996년 쓰레기 반입의 조건으로 재활용센터 운영권을 생곡 주민들에 주기로 합의한 뒤 센터를 개설했다.

센터는 초기 생곡광역쓰레기매립장대책위원회 위원장이던 김선진(78)씨가 대표를 맡아 줄곧 운영해왔다.

이 센터의 운영권을 두고 지난 4월 16일 이근희 부산시 기후환경국장과 김선진 생곡자원재활용센터 대표, 배병문(51) 생곡대책위원장 등은 ‘부산시 재활용센터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협의서’를 작성했다.

생곡광역쓰레기매립장 일대 모습. (출처: 블로그 캡처) ⓒ천지일보 2018.9.3
생곡광역쓰레기매립장 일대 모습. (출처: 블로그 캡처) ⓒ천지일보 2018.9.3

해당 합의서는 센터 운영권을 9월 초순에 부산시로 넘긴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합의서가 기본 구성요건부터 작성 과정까지 위법적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부산시의 재활용센터 운영권 인수시도에 다른 배경이 있지 않나 의심을 사고 있다.

문제는 이 합의서에 서명한 재활용센터 김선진 대표가 오래전에 센터의 대표 자격을 상실한 상태이기 때문에 합의서 자체가 위법하다는 점이다.

재활용센터 사업운영 정관에 의하면 현재 나이가 만 78세인 김 대표는 이미 대표 자격을 8년 전에 상실한 상태다.

재활용센터 정관 제13조(임원 결격자) 4항에는 ‘만 70세 이상의 노약자’가 센터의 대표를 맡을 수 없다고 적시돼 있다. 만 70세에 도달한 날로부터 대표 자격을 잃게 되는 것이다.

또 제15조(임직원의 임기) 1항에는 ‘대표 및 전문경영인의 임기는 3년으로 하고,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지만 김 대표는 현재 4번 연임으로 11년째 재직 중이다.

뿐만 아니라 센터 대표가 주민총회도 없이 일방적으로 운영권을 넘긴 부분도 위법사항으로 지목된다.

재활용센터 정관 제22조에는 ‘임직원은 생곡마을 주민총회 없이 부산재활용센터의 사업권, 자산 등 일체의 권리를 타인에게 대여하거나 양도·양수 기타 이와 유사한 법률행위를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이 정관은 생곡대책위가 본격적인 재활용센터 직영을 시작한 2008년 8월 30일 대책위원 21명 중 20명이 참석해 문구를 확정한 뒤 전원이 서명했다.

당시 생곡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던 김선진 재활용센터 대표도 첫 번째로 서명했다. 주민 사업권에 대한 권리행사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처럼 법인 정관에 ‘임직원은 주민총회 없이 사업권, 자산 등의 권리를 양도·양수하는 법률행위를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는데도 부산시는 당시 서병수 시장 대리인으로 이근희 국장이 합의서를 일방적으로 작성해 3자 서명을 받은 뒤 완벽하게 뒷마무리를 한다는 명분으로 공정 절차까지 완료했다.

생곡대책위는 지난달 28일 이 같은 위법행위에 대해 감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부산시에 제출했다.

대책위 측은 “재활용센터 운영 정관에는 주민재산권과 관련된 문제는 관련 법령과 규정상 어떤 경우에도 대책위원장 혼자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주민이나 조합원 총회를 거쳐 승인을 받아야 효력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활용센터가 위치한 생곡마을은 쓰레기 매립장과 음식물 쓰레기 소각장 등이 자리 잡은 탓에 폐기물로 인한 침출수와 쇳가루 등으로 일상생활이 어렵다. 주민들은 이런 상황을 참아가면서 생활하고 있다”면서 “이건희 국장과 자격 없는 김선진 대표의 유착의혹이 제기된 만큼, 엄정한 감사를 통해 사실을 규명한 뒤 이른 시간 안에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지난 4.16 합의서는 회의 석상에서 제시된 것은 맞다. 하지만 그 이전에 관련 내용에 대해 구두로 협의를 진행한 부분이 있었다”며 “공증까지 했기 때문에 유효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산시 감사관은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조사해 위법사항이 있으면 조치하겠다”고 전해 합의서 위법 여부를 조사할 방침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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