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색송편 (사진제공: 홍숭동떡연구소)
소박하고 아름다운 멋은 기본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송편은 옛날에 아이가 서당에서 책 한권을 다 읽고 뗀 후 행하던 책례(冊禮, 책거리) 용 축하음식에 속했다. 속은 깨ㆍ팥ㆍ콩 등으로 가득 채웠는데 그만큼 학문도 가득 채우라는 뜻이었다.

예전에는 <천자문> <동몽선습>부터 시작한 학문이 점점 깊어지자 어려운 책을 한 권 한 권 뗄 때마다 매번 책례를 베풀었다. 이때 축하음식으로 국수장국, 송편, 경단 등을 함께 나눠 먹었다.

송편은 지금도 전국 어느 곳에서나 추석명절에 많이 만들어 먹는 떡이다. 추석 전에 미리 연하고 짧은 참 솔잎을 뜯어 깨끗이 손질해서 보관해뒀다가 송편을 빚을 때 시루에 솔잎을 넣어 찌면 송편에 솔잎 향이 베어 맛을 더한다. 송편이란 이름은 떡을 찔 때 솔잎을 사용한 것에서 유래됐다.

양향자 세계음식문화연구원 소장은 “송편은 주로 오색송편이나 꽃 떡을 빚었는데 오색송편은 우주 만물을 형성하는 원기와 오행에 근거했다”며 “오미자로 붉은색을 내고 치자로 노란색, 쑥으로 푸른색, 송기로 갈색을 들여 빚어서 만물의 조화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소를 비운 매화송편도 만들었는데 이는 학문의 증진과 더불어 마음과 뜻을 넓혀
바른 인성을 갖추기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 쑥송편 (사진제공: 홍숭동떡연구소)

우리나라 한가위 대표 음식이 된 송편은 각 지역마다 모양과 맛 등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크게 구분하면 남쪽지방 송편은 작고 예쁘게 빚은 반면 북쪽지방은 크게 만들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다섯 개 지방 송편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서울은 음식에 멋을 부리기 좋아해 모시조개 모양으로 조그맣고 앙증맞게 입에 쏙 들어가게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도토리, 감자 등이 많이 생산되는 강원도는 이를 이용한 도토리송편, 감자송편 등이 유명하다. 감자송편은 녹두고물에 꿀을 발라 만든 소를 감자반죽에 넣어 완성된다. 특히 노란 속이 보이는 감자송편은 먹음직스럽고 쫄깃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양 소장은 “강원도 감자송편은 빚을 때 네모지게 손자국 모양을 내는데 그 모양새에는 산간지역 서민들의 소박한 멋이 담겨 있다”고 전했다.

충청도 지역에서 유명한 호박송편은 익반죽이 끝난 호박반죽을 떼어서 안에 깨를 넣고 동그랗게 말아준 후 찌는 것이다. 특히 호박송편은 노란색도 곱지만 맛도 쫀득쫀득 하다. 또 영양가 있는 호박이 들어 있어 두뇌에 좋을 뿐만 아니라 항암효과가 두드러지고 비타민 A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라는 말을 연상케 하는 전라도 지역 오색 꽃송편은 오미자, 치자, 송기, 쑥 등을 이용해 오색으로 빚은 것이며 오색 떡 반죽을 여러 가지 모양으로 만들어 붙인 것이 특징이다.

색이 독특한 고흥 지방 송편은 푸른 모시 잎으로 색을 냈다. 이 모시 잎 송편은 맛이 쌉쌀해 쉽게 쉬지 않는 장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전라남도 송편은 초승달 모양으로 갸름하게 빚는다.

한편 제주도 지역에서는 송편을 비행접시 모양 같이 둥글게 만든다. 이것은 추석의 보름달을 떠오르게 하는 제주도 지방만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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