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도 예리 흑산공항 예정지. (제공: 신안군) ⓒ천지일보 2018.8.20
흑산도 예리 흑산공항 예정지. (제공: 신안군) ⓒ천지일보 2018.8.20

지난 17일 신안 주민들 국립공원 해제 촉구
국립공원관리단 오는 20·22·24일 전문가 검토
“흑산도 공항, 사람이 죽고 사는 생존권 문제”
“공항, 왜 울릉도는 되고 흑산도는 안 되나” 
 오는 9월 공원계획변경 가결 시 공항 건설 可

[천지일보 신안=김미정 기자] “흑산 공항보다 예산이 3배나 많은 국가 지질공원인 울릉도 공항은 되고 국립공원인 흑산도 공항은 안 되는 것은 차별이 아닌가!”

전남 신안군 흑산도 공항 건설이 국토부에서 예산을 세워놓았음에도 불구하고 4년이 넘도록 착공을 못하고 있자 흑산권(홍도, 가거도, 만재도, 영산도, 도초도 등) 주민들이 급기야 국립공원 해제까지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17일 전남도의회 브리핑실에서 국립공원 해제 촉구에 나선 최휘철 국립공원해제 투쟁위원회장은 “날씨가 좋은 오늘도 섬을 나오려던 주민들이 풍랑주의보로 인해 나오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섬사람들의 위기를 말해주고 있다”며 “흑산 공항은 불확실한 미래 속에 사는 주민들의 생존 문제이며 흑산도의 교통 악조건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현재로선 소형 공항뿐”이라고 말했다. 

흑산도 여객선 결항은 1년 평균 50일이며 그나마도 계속 증가 추세다. 또 안개 등으로 인해 60여일은 예정도 없이 여객선이 다니는 횟수가 제한을 받는다. 이에 흑산공항이 개항하면 서울에서 흑산도까지 7시간 이상 걸리는 시간을 1시간으로 단축할 수 있고 섬 주민과 관광객의 불편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는 지난 7월 20일 제123차 국립공원위원회를 열고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흑산공항 건설 공원계획 변경(안)’을 심의한 결과 사업 타당성에 필요한 자료가 충분히 제시되지 않은 점과 주요 쟁점에 대한 추가 확인 및 논의가 필요하다며 결정을 연기했다.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가 본 주요 쟁점은 ▲공항 건설에 따른 국립공원의 가치 훼손 수용 여부 ▲항공사고 우려 등의 안전문제 ▲주민 이동권 보장하는 실질적 대안 ▲대체서식지의 적합성 ▲경제적 타당성 등이다. 

흑산공항 계획도. (제공: 신안군) ⓒ천지일보 2018.8.20
흑산공항 계획도. (제공: 신안군) ⓒ천지일보 2018.8.20

이같이 국립공원위원회(민간 15명, 중앙 정부 관련 국장급 이상 10명)가 결정을 연기한 것과 관련해 주민들은 “반대 아닌 반대”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은 “흑산도에 사는 우리가 철새를 보호하고 함께 사는 입장인데 위원회가 생존권보다 환경파괴에만 초점을 맞춰 반대를 위한 반대 논리 찾기에 급급하다”고 강조했다. 

김근성 흑산면장과 안원준 신안군의원(비금·도초·흑산)도 “주민의 교통편의 제공을 위해서라도 공항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근성 흑산면장은 “흑산 공항으로 인한 환경 파괴는 극히 일부”라며 “울릉도 공항은 되는데 흑산 공항은 안 된다는 건 형평성에 안 맞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 일부에서는 국립공원이기 때문에 흑산 공항 건설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정춘 섬 생태연구소 소장은 “아무리 미리 계획을 세워놔도 당일 아침 기상이 허락하지 않으면 오고 갈 수 없는 곳이 흑산권”이라며 “불특정한 날이 1년 중 1/3이나 된다. 오늘(17일)도 대구에서 1박 2일 체험교육을 왔지만 못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섬에 살아보지 않고서는 고충을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흑산권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도 지정되어 있는데 유네스코에서도 지난 1995년 공항 관련 문제를 두고 정말 보호해야 하는 핵심지역을 제외하고는 완충 지역과 협력지역에 대해 주민들과 협력해서 공항을 건설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에 따르면 흑산도의 핵심 지역은 흑산도 본도 중 진리, 심리, 사리이다. 공항 예정 부지인 흑산 예리는 협력지역이다. 

흑산공항 위치도. (제공: 신안군) ⓒ천지일보 2018.8.20
흑산공항 위치도. (제공: 신안군) ⓒ천지일보 2018.8.20

더군다나 신안군은 철새들을 보호하기 위해 흑산공항 조성을 앞둔 지난 2017년 멸종위기 철새 도래지 주변을 대상으로 생물성 다양성 관리계약을 추진하고 조, 수수 등을 재배하고 있다.  

김용복 흑산공항중심권개발단 공항개발지원담당은 “국립공원관리단이 오는 20일, 22일, 24일 전문가들과 주요 쟁점에 대해 검토하고 오는 9월 공원계획변경안에 대해 재심의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울릉도 공항은 거의 매립이지만, 흑산도는 극히 일부만 매립이고 예산도 울릉도 공항은 1조원에 가까우나 흑산도 공항은 1833억원이다. 주민 99%가 찬성하고 있는 흑산 공항이 승인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정춘 소장은 흑산 공항과 관련해 “철새가 머물다 가는 전 세계 3개의 갯벌 중 하나인 흑산도가 단순한 공항이 아닌 주민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생태공항으로 만들어지길 바란다”며 “육지에 사는 사람들만 자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흑산도를 지키는 사람도 주민들이며 그들도 생태계의 일부인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잊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흑산권 주민들도 “우리도 살고 자연도 사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한 것”이라며 “국립공원 보호가 철저한 일본의 경우에도 섬 지역에 105개의 공항이 있다. 그중 국립공원 내 섬 공항이 6개나 된다. 경관자원과 더 귀중한 생태자원을 가진 울릉도는 단지 국립공원으로 지정이 되지 않아서 되고 국립공원인 흑산도는 안 된다는 것은 차별이 아니냐”고 탄식하고 있어 오는 9월 심의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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