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논쟁에는 적지 않은 에너지가 투입된다. 이기면 다행이겠지만 지기라도 하면 적잖은 패배감과 스트레스가 파도처럼 엄습한다. 이기고 나서 찜찜한 경우도 많다. 논쟁의 상대방이 혹여나 앙금을 갖고 있지는 않을까하는 염려 때문이다.

책은 변호사의 논증법을 통해 합리적인 의사 해결 방식을 습득하자는 취지로 나왔다. 얼토당토 않는 말싸움을 통해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기분 좋게 골탕 먹일 수 있을까하는 생각으로 책을 열었다면 그대로 덮으시라.

변호사 논증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그리스 철학으로부터 비롯된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를 달달 외우지 않아도 되고, 현란한 수사학을 독파하지 않아도 된다. 이치로 생각하면 금방 이해가 가는 정도다.

변호사 논증법의 첫 번째 원칙은 역지사지다. 다시 말하지만 이 책은 상대방을 이겨서 뭉그러뜨리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지 않다. 다만 상대방을 설득해서 win-win하는 방법을 찾아나가는 방법을 담고 있다. 저자는 “나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자기 의견만 고집하면 토론에서 진다”는 생생한 진리를 전한다.

곧 상대방의 주장에 자비를 베풀어 합리적인 주장으로 해석하라는 것이다. 역지사지는 상대방의 논리를 자기 멋대로 해석하는 과오(책에서는 이를 허수아비 공격이라고 지칭한다)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두 번째는 근거제시 및 근거확인의 원칙이다.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을 상대방에게 설득하기 위해서,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는 원칙이다. ‘주장 있는 곳에 근거가 있다’는 말을 실천하라는 것이다.

세 번째 원칙은 입증의 책임 원칙이다. 이 원칙은 예외가 조금 있다. 일반적으로 의혹을 제기한 사람이 그 입증책임을 지지만, 상황이 안전과 관련된 것이거나, 제기자가 약자일 때는 그 상대방이 입증책임을 지기도 한다.

마지막 원칙은 논점 일탈 금지의 원칙으로 쉽게 말하면 ‘말 돌리기’다. 가령 하숙비를 받으러 온 주인집 아주머니에게 “오늘 따라 참 예쁘시네요”라며 미끼를 던지는 것을 말한다.

책은 위 네 가지 원칙을 상황에 따라 정리하면서 구체적으로 풀어가는 방식으로 정리됐다.

이 원칙들을 제대로 이해하면 올바른 논증을 펼칠 수 있게 될 것이다. 단, 상대방이 합리적인 사고수준을 갖고 있을 때만 그럴 수 있다. 직위나 권위로 위압을 가하거나, 협박을 한다면 그 때는 또 다른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최훈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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